최다의석 차지 유력
민주·세속주의 인정
중도좌파 ‘연립’ 착수
민주·세속주의 인정
중도좌파 ‘연립’ 착수
올해 봄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 이후 이 지역에서 처음 치러진 민주적 선거인 튀니지 총선에서 온건 이슬람 정당 엔나흐다가 승리해, 연립정부 구성에 착수했다.
엔나흐다는 26일 총 217석 의석 중 최소 40%를 획득했다며, 연립정부 구성을 위해 다른 정당들과 협상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1일 치러진 총선의 공식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으나, 부분적인 집계 결과 엔나흐다가 과반에 못미치는 최다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튀니지 선관위가 25일 발표한 39석의 개표 결과, 엔나흐다는 15석을 차지했다. 엔나흐다는 또 국외 부재자 투표 몫인 18석 중 9석을 차지해, 지금까지 모두 24석을 확정한 상태다. 선관위의 비공식 중간 개표 결과, 국내 55개 선거구 중 엔나흐다는 28석을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에이피>(AP) 통신은 보도했다.
1981년 창당된 엔나흐다는 1987년 총선에서 제2당으로까지 올라서기도 했으나, 지난 1월 튀니지 민주화 시위로 축출된 자인 엘아비딘 벤알리 정권에 의해 ‘이슬람주의자 운동’ 정당이란 명목으로 탄압을 받아왔다. 엔나흐다의 창당을 주도한 라셰드 간누시 대표는 런던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 이번 총선 때 귀국했다.
중동의 대표적인 이슬람주의 정치운동 단체인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의 영향을 받아 창당된 엔나흐다는 이슬람적 정체성 강화를 주장해 왔으나, 세속주의를 부정하지 않는 온건 성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간누시 대표는 이슬람 국가를 추구하지 않으며 다당제 민주주의를 존중하겠다고 공약했다. 엔나흐다의 여성 후보 일부도 베일을 착용하지 않는 등 세속주의자들의 우려를 누그러뜨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간누시 대표는 영국 <비비시>(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든 튀니지 국민들이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있는 현대화된 이슬람 속에서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며 “1981년 이후 우리는 제한 없는 민주주의를 수용하고 우리를 찬성하든 반대하든 국민들의 결정을 수용한다고 밝혀왔다”고 말했다. 엔나흐다는 연립정부 구성에서도 중도 좌파 세속주의 정당인 공화국의회(CPR)와 에타카톨을 파트너로 상정하고 있다. 현재 개표 결과 2위를 달리는 공화국의회 쪽은 엔나흐다와 이미 협상에 착수했다며 협력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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