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유네스코 가입에 “어느쪽에도 유익하지 않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달 31일 유엔 산하기구인 유네스코에 팔레스타인이 정회원으로 가입한 것에 대해 “팔레스타인에게도, 다른 모두에게도 유익하지 않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가입으로 미국이 후원금을 끊은 탓에 유엔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뜻이다. 팔레스타인은 본말이 전도됐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반 총장은 3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프랑스 칸에서 <에이피>(AP) 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유엔 기구들은 재정적·정치적 지원을 모두 필요로 한다. 기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수백만명이 그 영향을 받게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팔레스타인은 유네스코 외에도 16개의 다른 유엔 산하기구 가입을 추진 중인데, 반 사무총장은 이를 연기하라고 당부해 왔다.
팔레스타인이 유네스코에 가입한 뒤 유네스코 연간 예산의 22%에 달하는 재정지원을 해온 미국은 당장 11월분인 6000만달러를 송금하지 않았다. 캐나다와 이스라엘도 유네스코 재정지원 중단 방침을 밝혔다. 미국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국제기구에 재정지원을 금지하는 법안을 지난 1990년대부터 시행해 오고 있다.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 중동평화협상 대표인 사에브 에레카트는 <에이피> 통신에 “반 총장은 미국에 법률을 바꾸도록 요청했어야 한다”며 “팔레스타인의 가입이 기구에 해를 끼친다는 지적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월 제출된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 신청안은 오는 11일 열리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될 가능성도 있지만 거부권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반대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탓에 가입 성사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팔레스타인은 대신 각종 유엔 산하기구에 가입해 이를 유엔 가입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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