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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무바라크 전속 사진가가 쓴 소설 대박

등록 2011-11-13 20:31수정 2011-11-14 10:26

<버티고>(Vertigo·현기증)라는 제목의 영문판
<버티고>(Vertigo·현기증)라는 제목의 영문판
무라드 ‘현기증’ 영어판 펴내
“낮에는 권력자 사진 찍고 밤에는 독재자 몰락 꿈꿨다”
“낮에는 권력자의 사진을 찍었고, 밤에는 독재자의 몰락을 꿈꿨다.”

지난 2월 ‘아랍의 봄’으로 쫓겨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전속사진사가 아랍어로 쓴 스릴러 소설이 <버티고>(Vertigo·현기증)라는 제목의 영문판(사진)으로 출간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3일 전했다. 무바라크 축출 이후 이미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이 영문판을 새로 얻을만큼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

지난 2007년 대통령 사진사로 들어간 아흐마드 무라드(34)는 하루 일이 끝나면 또다른 자신을 주인공 삼아 글을 써내려갔다. “무바라크가 8000만 이집트 국민을 비참하게 짓누르는 행태”를 날마다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쌓인 분노를 기록한 내면의 저항이었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1958년작 스릴러 영화 <현기증>의 형식을 차용한 이 소설은 주인공이 우연히 살인사건을 목격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타블로이드 잡지의 사진기자인 아흐마드 카말은 나일강을 굽어보는 고층빌딩의 회전식 레스토랑 ‘바 버티고’에서 부패한 재벌기업가 2명이 무참히 살해당하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자유>라는 제호의 이 잡지 편집장은 카말의 사진 게재를 거부한다. 그 역시 부패한 기득권층과 결탁된 인물이자 미성년 여아들을 좋아하는 위선자였다. 독재와 재벌의 거대한 구조악에 분노한 주인공 카말이 ‘개인적 복수’에 나서면서 사태는 복잡하게 꼬여간다. 그 과정에서 많은 선량한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지만, 결국은 악당들이 ‘마땅한 벌’을 받는다.

무라드는 “독재정권에 대한 분노와 이집트의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남몰래 글을 쓰면서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이중생활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 사실을 아는 몇몇 지인들은 무라드의 신변 안전을 우려했다.

애초 그는 이 글을 책으로 펴낼 생각이 없었다. 자신의 신분 탓에 거리 시위에 나설 수 없었던 무라드는 자신의 기록을 “혁명운동이자 조국에 대한 의무”로 여겼다. 아랍권에선 ‘스릴러 문학’이 낯선 장르이기도 했다. 아내가 출판을 격려했고, 실험문학에 관심이 큰 출판사 사장이 “영화 같다”며 기꺼이 출판을 맡아줬다. 무라드는 최근 <다이아몬드 먼지>라는 또다른 소설도 탈고했다. ‘이집트 혁명’에 대한 소설은 “지금은 너무 이르지만, 5년 뒤쯤 모든 게 안정되면 쓰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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