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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집트 여성 블로거 누드사진 ‘총선판도’ 흔드나

등록 2011-11-18 16:02수정 2011-11-18 20:18

이집트의 한 여대생(작은 사진)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누드 사진 중 한 장.
이집트의 한 여대생(작은 사진)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누드 사진 중 한 장.
엘마디 “보수문화·성 콤플렉스 맞선 혁명” 논란 촉발
보수단체, 선거 앞두고 진보·자유 진영 공격 ‘빌미’로
이집트의 한 여성이 인터넷 블로그에 노골적인 누드 사진들을 올려 이집트 사회에서 거센 논란을 촉발했다.

알리아 마그다 엘마디(20)라는 여대생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포스트(arebelsdiary.blogspot.com)에 스타킹만 입고 선 자신의 알몸 사진을 게시했다. 여성 누드 모델을 정밀하게 묘사한 스케치, 의자에 앉은 채 기타를 쥐고 포즈를 취한 남성과 꽃을 든 여성의 전신 누드 등 모두 16장의 사진과 그림 작품들도 함께 올렸다. 문제의 블로그는 18일 오후 현재 225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할만큼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

엘마디는 블로그에 쓴 성명에서 “누드 사진 게시는 폭력과 인종주의, 성차별과 성희롱, 위선으로 가득 찬 사회에 맞선 외침”이라고 선언했다. “이집트의 보수적 문화와 성적 콤플렉스에 대한 혁명적 행동”이라고도 했다.

양성평등과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 엘마디의 본디 뜻과는 달리, 블로그 사진들은 이집트 사회 전체에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알몸 노출을 금기시하는 이슬람 전통에 정면으로 반발하는 도전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특히 무슬림 성인 여성들은 집 밖에선 머리카락과 팔·다리를 드러내지 않는 복식을 입어야 한다.

누드 사진 논란은 오는 28일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축출 이후 첫 총선을 앞둔 이집트 정치세력으로 불똥이 튀었다. 당장 보수적 이슬람 정당들은 누드 사진 게시 논란을 ‘세속주의’ 정파에 대한 공세로 연결하고 나섰다. 이슬람 원리주의 운동 단체인 ‘살라피스’는 17일 “자유주의자들이 이집트의 도덕을 더럽힐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엄격한 정교분리를 주장하며 의회 진출을 노리는 자유주의 진영은 당혹감 속에서 엘마디와 거리를 두려 애쓰는 모습이다.

이집트 사회민주당 후보인 에마드 가드는 이날 <뉴욕 타임스>에 “이집트의 많은 운동단체들, 특히 이슬람 운동 진영이 (누드 사진 논란으로) 반사이익을 얻으려 한다”며 경계심을 내비쳤다. 자유주의자들이 총선에서 이기면 이런 여성이 모든 이집트 여성의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엘마디가 이집트 민주화시위를 이끈 진보운동단체인 ‘4·6 청년운동’의 조직원이란 소문도 퍼졌다. 4·6청년운동의 타렉 알콜리 대변인은 범아랍위성방송 <알아라비야> 인터뷰에서 “우리는 조직원들에게 항상 도덕적 롤모델이 될 것을 권장하는데,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하는 여성을 조직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엘마디도 트위터에서 자신은 4·6청년운동 조직원이 아니라고 밝혔다.


일반인들의 반응도 극명하게 갈린다. 한 청년은 트위터에 “엘마디의 용기를 새삼 돌이키게 된다”는 글을 띄웠다. 또다른 누리꾼은 엘마디의 블로그에 “누드와 섹스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며 엘마디를 지지하는 댓글을 달았다. 그러나 엘마디를 “창녀” 또는“ 정신이상자”로 몰아붙이거나, 경찰에 엘마디 체포를 촉구하는 댓글도 쏟아졌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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