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도 개헌안 반발 670명 부상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퇴진 이후 이집트에서 최대 규모의 반군부 시위가 벌어져 2명이 숨지고 670명 이상이 다쳤다.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도심에서는 지난 18일부터 수만명의 시민들이 반군정 시위를 벌인 뒤 19일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 등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다 경찰과 충돌해 사상자가 속출했다. 이번 충돌은 지난 ‘아랍의 봄’ 시위 때 무바라크 정권 타도 시위의 구심점이던 타르히르 광장에서 밤샘농성을 벌이던 시위대들의 텐트를 경찰이 강제철거하면서 일어났다. 경찰은 고무탄을 쏘며 시위대를 진압했고, 시위대는 차량에 불을 지르고 돌을 던지며 경찰에 저항했다.
경찰의 진압 뒤 시위대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민들의 참가를 독려해, 시위 참가자는 더 늘어났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관영 <메나> 통신은 670명 이상이 다쳤고, 카이로의 병원서 치료받던 부상자 중 1명이 사망했으며, 알렉산드리아에서 유혈충돌 도중 시위자 1명이 죽었다고 보도했다.
이번 시위는 무바라크 퇴진 이후 임시정부를 이끄는 군정이 주도하는 개헌안에 대한 반대로 촉발됐다. 군부는 새로운 민간 정부 수립 뒤에도 예산 등에서 민간 정부의 감시를 받지 않는 등 자신들의 정치 개입과 권한 강화를 담은 개헌안 원칙을 마련했다. 이집트는 오는 28일 민간 정부 수립을 위한 총선을 갖는다.
젊은층과 이슬람주의자가 참가한 이번 시위가 군부 세력에 대한 반대를 명백히 표방하면서, 무바라크 이후 이집트의 정국은 ‘군부’ 대 ‘시민·이슬람주의’ 세력의 대결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특히 군부가 주도하는 임시정부의 개헌이 군부의 세력 강화로 귀결될 경우, 이슬람주의 세력과 시민사회 세력의 본격적 연합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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