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국내법정 세우겠다”
리비아의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후계자인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39)이 결국 체포됐다.
압둘라힘 알키브 리비아 과도국가평의회(NTC) 총리는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이프가 체포됐다고 공식 발표했다고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아버지 카다피가 사살된 지 꼭 한 달 만이다.
사이프는 이날 새벽 1시30분께 리비아 남부 원전지대인 우바리에서 70㎞가량 떨어진 사막지대에서 생포돼, 화물기를 통해 북부 진탄으로 이송됐다. 알키브 총리는 “이제 새 리비아를 세울 수 있게 됐다”고 환영하며 “사이프가 국제 인권과 규범이 보장되는 공정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이프의 체포 소식이 알려지자 리비아 거리에선 함성과 축하 경적이 울려퍼졌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카다피의 ‘후계 1순위’로 꼽혔던 그는 지난 8월 반군에게 함락된 트리폴리를 떠나 아버지 카다피가 체포된 뒤에도 한 달 동안이나 도피 행각을 벌이다 이날 붙잡혔다. 그는 이날 측근들과 함께 인접국인 니제르로 밀입국하려고 지역 가이드에게 접선했다가, 이 가이드의 신고로 진탄 혁명군에게 붙잡히면서 3개월여의 도주 행각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체포 과정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진탄혁명군은 사이프의 도주 가능 첩보를 받고 전날 밤, 중화기로 무장한 병력 15명을 예상 도주로에 배치했다가 사이프를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사이프는 처음엔 자신을 “압델살람(평화의 봉사자)”이라고 말했지만, 정체가 드러나자 차량에서 내려 교전을 벌이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몇 발의 총성이 울린 끝에 사이프는 체포됐다. 체포 작전에 참여했던 아메드 아마르는 “처음에 그는 우리가 자신을 죽일 줄 알고 대단히 두려워했다”고 전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또다른 관계자는 “오랜 사막 생활로 영양 부족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이프가 체포되면서, 사이프의 사법 처리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를 비롯해 미국·영국 등 서방국가들은 그를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형사재판소 법정에 세워야 한다며 신병 인도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진탄 혁명군들이 리비아 내각이 꾸려질 때까지 사이프를 트리폴리로 이송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보이고 있는 등, 리비아 쪽에선 사이프를 리비아 법정에 먼저 세우겠다는 태세다. 카다피의 부인과 장남 무함마드, 5남 한니발은 지난 8월 알제리로, 3남 사디는 지난 9월 니제르로 피신한 상태며, 4남 무타심은 카다피와 함께 운명을 함께 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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