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28명 사망…파, 나토군 보급로·CIA 기지 등 폐쇄
위태위태하던 파키스탄과 미국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6일 나토군의 공중공격으로 28명의 병사를 잃은 파키스탄은 즉시 미군 주도 나토군에 대해 모든 강경한 조처를 취했다. 이날 파키스탄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나토의 보급품 절반 가량을 공급하는 토르크함과 차만 등 국경 통과로 2곳을 폐쇄하고, 나토군이 파키스탄 영토에 들어오거나 공격하는 것을 앞으로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무인항공기 기지로 이용되던 서부 샴시 기지를 15일 안에 비우라고 미국에 통보했다. 파키스탄의 한 관리는 “26일 공격은 참을 수 없는 주권 침해이며, 파키스탄인에 대한 미국의 공공연한 무시는 테러리즘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미국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리언 파네타 국방장관이 합동성명을 내고 “숨진 사람들에 대해 가장 깊은 애도를 표하며, 진상을 즉각 조사하는 나토의 계획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파키스탄 내 반미감정은 다시 불이 붙었다. 유력 정치인인 임란 칸은 사건 뒤 열린 항의집회에서 “우리의 전쟁이 아닌데도 우리가 오랫동안 고통받아왔다. 이제는 미국과의 동맹을 끝낼 때다”라고 말했다.
나토군은 지난 26일 새벽 헬리콥터와 전투기를 동원해 아프간에 가까운 파키스탄의 모흐만드 부족 지역 마을인 살랄라의 파키스탄군 초소 2곳을 공격했다. 이 공격으로 파키스탄 병사 28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다쳤다. 나토군이 파키스탄군을 탈레반 무장세력으로 오인해 공중공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일대는 아프간에서 나토군이나 정부군을 공격한 탈레반 무장세력이 국경을 넘어와 숨는 곳 가운데 하나다.
파키스탄은 미국의 아프간 침공에서 전진기지 노릇을 하는 나라다. 그러나 양국 관계는 지난 5월 파키스탄에 숨어있던 오사마 빈 라덴을 미국이 사전 통보없이 살해하고 지난 9월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일어난 탈레반 공격에 파키스탄 정보부 등이 관련됐다고 미국이 주장하면서 계속 악화돼 왔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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