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아랍연맹의 ‘면소 조건부 권력이양안’에 서명한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27일 전격적인 총사면을 단행했다.
예멘 국영 텔레비전 방송은 이날 “예멘 공화국 대통령은 나라의 위기 기간 중 실수를 저지른 모든 사람들에 대한 총사면을 선포했다”는 자막 방송을 내보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28일 보도했다. 방송이 언급한 ‘위기 기간’은 지난 2월 아랍의 봄 이후 9개월째 지속된 반정부 민주화 시위 및 유혈진압 사태를 가리킨다.
이번 총사면령은 반정부 시위대 뿐 아니라 학살 책임자들에 대한 사실상의 ‘불처벌’을 공언한 것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예멘 여야 정치권의 중재안 합의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야권 인사와 시민들은 살레와 그 가족의 면책특권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참에, 예멘 보안군 등 학살 책임자들에 대한 면책까지 보장한 셈이기 때문이다.
앞서 26일 예멘 대통령 권한 대행인 압둘 라부 만수르 하디 부통령은 살레의 후임을 뽑는 차기 대선을 내년 2월21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여야 정치권의 단일후보 추대 형식으로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그는 “어떤 어떤 정당이나 세력도 이를 무효화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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