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이스라엘 비판 금기시미 ‘정가 관행’ 깨지나

등록 2011-12-06 21:00수정 2011-12-06 21:29

팔 지역 갈등 조장…‘유대인 귀환 캠페인’도 도마
고위관료 “주변국들과 화해하라” 등 잇단 쓴소리
이스라엘이 최대 맹방인 미국에서도 ‘왕따’가 되나?

미국 사회, 특히 정치권에서 이스라엘 비판은 정치생명을 걸어야 할만큼 민감한 금기였다. 그러나 최근 미국 정가에서 이스라엘 비판과 반박이 잇따르면서 이런 관행이 깨지는 모양새다.

최근 일주일 새에만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리언 파네타 국방장관 등 버락 오바마 정부의 최고위급 각료와 외교관들이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불만과 쓴소리를 쏟아냈다. 심지어 미국 최대 유대인단체연합도 핏줄 나라인 이스라엘 정부의 시대착오적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스라엘의 극우파 연정인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의 일방적 대외정책에 대한 미국 사회의 짜증이 묻어난다. 미국에게 요즘의 이스라엘은 더욱 ‘뜨거워진 감자’인 셈이다.

클린턴 장관은 지난 3일 이스라엘 정부가 추진중인 ‘비민주적 법안’들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클린턴의 발언이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했다. 그 전날엔 파네타 국방장관이 “이스라엘이 중동지역에서 더 심화된 고립상태를 끝내야 한다”며 “이스라엘은 터키, 이집트 등 인접국에게 더 다가서고 화해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하워드 거트맨 벨기에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달 30일 유럽유대인연맹(EJU)이 브뤼셀에서 주최한 반유대주의 대책회의에서 “고전적 반유대주의와 유대인에 대한 무슬림의 증오는 구분해야 한다”며 “새롭고 더 복잡한 반유대주의가 자라나고 있으며, 이는 아랍-이스라엘 갈등 때문”이라고 말했다.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 생존자에게서 태어난 거트맨은 “팔레스타인 지역은 이스라엘이 걸핏하면 정착촌 신설을 발표하고, 국경 너머로 로켓탄이 날아다니며, 군사적 보복이 문제를 악화시키는 곳으로, 증오와 편협한 맹신에 맞서 싸우는 이들에겐 퇴행적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아랍과 이스라엘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우회적으로 이스라엘의 강경일변도 대외정책을 꼬집은 말이다.

미국 공화당의 대선 주자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거트맨이 반유대주의를 합리화하고 (심각성을) 과소평가했다”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거트맨의 해임을 촉구했다. 롬니는 “거트맨의 발언은 오바마 정부가 미국의 동맹국을 해치는 끔찍한 경향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공화당 대선 주자인 뉴트 깅그리치 상원의원도 트위터에 “거트맨이 반유대주의에 대해 완전히 틀린 태도를 갖고 있다”는 글을 올려 해임 공세에 가세했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공화당의 주장을 정면으로 맞받았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은 5일 “거트맨은 개인적 의견을 밝힌 것으로, 우리는 거트맨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며 해임 요구를 거부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토너 대변인은 그러나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헌신은 견고하다”는 말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존 케리 상원의원(민주당)도 이날 “공화당 사람들은 대선 때 진실을 말하지 않는 버릇이 있다. 그들은 모든 것을 꾸며내는데, 그건 현실(reality)이 아니다”며 날선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주엔 미국 내 157개 유대인단체와 300여개 커뮤니티를 아우른 북미유대인연맹(JFNA)이 이스라엘 정부의 ‘유대계 미국인 귀환’ 캠페인을 “모욕적”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9월부터 미국 대도시 곳곳의 전광판에 “이젠 이스라엘로 돌아올 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재외 이스라엘인과 그 자녀들이 유대인의 뿌리를 잃고 미국 사회와 문화에 동화될 위험에 처해있다”며 귀환을 촉구해왔다.

북미유대인연맹은 최근 이스라엘 정부와 회원들에 보낸 항의서한에서 “미국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메시지는 너무나 터무니없고 모욕적인 것으로, 해외거주 유대인들을 불러들이기는커녕 그들과 이스라엘을 분열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뜻밖의 역풍을 만나자 결국 4일 문제의 캠페인을 중단했다.

일련의 발언과 사건들은 그만큼 깊어진 이스라엘의 고립감과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의 유력 일간 <하레츠>등 이스라엘 언론들은 ‘거트맨 발언 파장 등 미국내 이스라엘 비판 분위기를 관심 있게 보도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