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장교들은 거리에서 어떤 정치적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지 관심이 없었고, 그저 짭짤한 보너스에 행복해했다.”
지난 2월 이집트 민주화 혁명 당시 현역 복무로 동원됐던 예비역 장교가 쓴 일기의 한 대목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8일 이 장교가 쓴 ‘병영 일기’를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간추려 소개했다. 이집트 최대 권력집단이자 민중혁명의 결정적 변수였던 군부의 속사정과 태도를 엿볼 수 있는 기록이다.
일기를 보면, 지난 1월 이집트에서도 첫 반정부 민주화 시위가 발발하자 군부는 급작스런 사태에 당황했다. “훈련은 고되고 처우는 끔찍했다. 새벽 5시에 하루 일과가 시작됐고, 무의미한 집합이 되풀이됐다. 따가운 햇볕 아래 수시간 동안 서서 군가를 부르고 하사관들의 지시를 따랐다.”
그의 눈에 “이집트군 지휘부는 여전히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시절을 살고 있었다.” 끊임없이 이스라엘의 위협을 환기시키고, 이집트군이 해마다 다수의 젊은 엘리트 장교를 선발함으로써 이스라엘이 얼마나 타격을 받는지를 강조했다는 것이다.
“대다수 중하급 장교들은 시위 초기엔 시위대에 적대적이었지만, 무바라크 정권 몰락 이후 측근 부패가 드러나면서 혁명에 호의적인 태도로 바뀌었다.” 군 지휘부는 돈으로 중하급 장교들의 충성심을 사려 애썼다. 이 장교는 “사회 불안이 절정인 시점에 장교들의 봉급을 두 배로 올려주고 모든 장병에게 두둑한 가욋돈을 주는 게 우스꽝스럽다”고 꼬집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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