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지역 긴장 더 고조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300억달러(34조5450억원) 규모의 전투기 판매 계약에 최종 서명했다. 이란의 핵개발 제재를 놓고 일고 있는 걸프 지역의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은 29일 미국이 사우디에 에프(F)-15 전투기 84대를 판매하고, 사우디가 보유한 이 전투기 70대를 성능 개선하는 내용의 총 300억달러 규모의 무기판매 계약 문서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무기 판매는 사우디에 향후 10~15년 동안 모두 600억달러어치의 무기 판매를 승인한 지난해 미 의회 결정의 일환이다.
백악관 쪽은 이번 무기 거래 내역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 중인 호놀룰루에서 공식 발표했다. 이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을 겨냥한 조처로 풀이된다. 이란은 최근 자신들의 핵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될 경우,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했으며, 미국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걸프 지역에서 사우디는 이란의 경쟁국이자 미국의 최대 동맹국이다. 또한 워싱턴 주재 사우디대사를 이란 쪽이 암살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미국이 발표한 뒤 사우디와 이란은 갈등의 수위를 높여왔다.
앤드루 샤피로 미 국무부 정무군사 담당 차관보는 이 조처가 “미국이 걸프 지역과 중동 전역의 국가들한테 약속한 안정을 확인하는 강력한 메시지”라며 “대외적인 위협을 억지하고 방어하는 사우디의 능력을 강화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가 구매하기로 한 600억달러 규모의 무기 거래에는 에프-15 전투기를 비롯해 아파치 공격헬기, 블랙호크 헬기 및 다양한 미사일과 폭탄 등이 포함돼 있다. 백악관 쪽은 이번 무기 거래로 미국에서 약 5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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