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가 아프리카 최빈국 스와질란드에서 현지 공장을 철수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독재 왕정을 돕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와질란드는 아프리카 남동부 내륙에 있는 인구 120만명의 전제군주 국가다. 1968년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했다. 세계 최대 음료회사인 코카콜라는 이 곳에서 대규모 농축원액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스와질란드 재야 세력과 인권단체들은 코카콜라 현지 공장의 영업 행태와 세금 납부가 악명 높은 독재자인 음스와티 3세의 권력 기반을 강화해준다고 비난하며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일 보도했다.
코카콜라는 음스와티가 1986년 아버지로부터 왕권을 물려받은 이듬해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던 농축액 공장을 스와질란드로 이전했다. 당시 남아공이 아파르트헤이트(흑백차별주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게 표면적 이유였다. 코카콜라는 그러나 스와질란드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막대한 부를 생산하면서도 인권문제에 대해선 남아공과 다른 이중기준으로 독재왕정과의 결탁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재야단체인 스와질란드민주주의캠페인의 한 활동가는 “코카콜라는 잘못된 상대와 거래하고 있으며 국가경제에 헤택을 주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코카콜라의 이윤이 스와질란드 국민에게 도움되는 게 없는데, 국왕은 날로 부유해지고 있어요. 왕이 나라를 착취하고 있습니다.”
스와질란드에선 왕실과의 ‘끈’이 없이는 누구도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코카콜라가 최빈국에서 기업활동을 하면서 납부하는 세금이 그나라 독재정권의 경제적 기반을 강화해주는 꼴이다.
음스와티는 1억달러의 재산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아내도· 13명이나 두었다. 그런데도 국부를 사재로 빼돌리고, 매년 수만명의 젊은 처녀들이 반나신으로 참가하는 춤 경연을 열어 새 아내를 탐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당활동을 금지하고, 반정부 활동가들에겐 체포, 고문, 투옥을 일삼는다고 한다.
스와질란드연대네트워크의 루키 루켈레는 “대다수 국민은 절대 빈곤과 에이즈, 결핵으로 죽어가고 있다”며 “코카콜라는 이윤이 스와질란드 국민에게 직접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코카콜라 아프리카 프랜차이즈의 셰리 세레니 대변인은 “우리는 음스와티 왕에게 배당금 등 어떤 혜택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는 높은 윤리적 기준을 지키고 있다”며 “우리가 내는 세금이 어떻게 쓰일지는 해당국 정부의 고유 권한”이라고 덧붙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코카콜라 아프리카 프랜차이즈의 셰리 세레니 대변인은 “우리는 음스와티 왕에게 배당금 등 어떤 혜택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는 높은 윤리적 기준을 지키고 있다”며 “우리가 내는 세금이 어떻게 쓰일지는 해당국 정부의 고유 권한”이라고 덧붙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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