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석유 62% 한·중·일·인도가 수입…미국은 ‘의존도 0%’
석유사·군산복합체 ‘반사이익’…실제 해협봉쇄 된적 없어
석유사·군산복합체 ‘반사이익’…실제 해협봉쇄 된적 없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년 전 조지 부시 정부가 벌여놓은 중동 분쟁에 대한 염증 속에서 당선됐다. 그는 2009년 1월 취임사에서 “(그들이) 움켜쥔 주먹을 편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내밀겠다”며 이란 등 적대국가와 화해 의사를 밝혔다. 3년이 지난 지금 오바마 행정부는 부시 행정부 때보다 더 가파르게 이란과 대치하고 있다. 이란의 핵개발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대응해 이란은 세계 물류의 숨통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특히 미군이 이라크 철군을 지난해 말 완료한 때부터 이란 위기가 격화되는 것은 ‘중동분쟁 탈출’이라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역설이 아닐 수 없다.
■ 생색은 미국, 부담은 아시아 이란 제재의 핵심은 이란 경제의 밥줄인 석유 수출 봉쇄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연말에 통과된 미 국방수권법은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모든 금융기관에 대해 대미 금융거래를 금지했다. 당장은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발등의 불이 떨어진다. 미국 등 서구로부터 경제제재를 받아온 이란의 석유는 59%가 중국·일본·인도·한국에 수출된다. 미국은 이란으로부터 석유 한방울 수입하지 않는 등, 이탈리아 정도를 제외하곤 서구 국가들은 그동안 꾸준히 시행돼 온 대이란 제재로 이란에 대한 석유 의존도가 거의 없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10일부터 중국과 일본 방문에 나서, 이란 제재에 동참해줄 것을 설득하고 있다. 중국이 이 요구에 순순히 협조하지 않겠지만, 마냥 외면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보도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전면적인 금융거래 중단 제재를 취할 수는 없겠으나, 부분적인 시행만으로도 중국 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융제재는 북한 핵개발과 관련한 방코델타아시아 제재에서 그 위력을 보여줬다. 중국 톈진시 난카이대의 팡중잉 교수는 “중국으로서는 미-이란 대치에서 최악을 대비해 중국의 손실을 피하는 것 외에는 선택이 없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에 밝혔다. 이런 이유를 들어 이란 제재가 중국을 겨냥해 ‘아시아로의 귀환’을 선언한 오바마 행정부의 ‘성동격서’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 석유메이저와 군산복합체가 결국 이익? 오바마 행정부가 대이란 제재의 마지막 카드인 석유수출 봉쇄까지 꺼내들고, 이란은 우라늄 농축 발표와 함께 호르무즈 해협 봉쇄까지 위협하며 충돌하는 것은 양국의 권력교체기 정치학이 반영됐다는 지적이 높다.
이란의 핵활동은 2005년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활발해졌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이란이 다시 지난해부터 핵개발을 가속화하는 것은 2009년 대선 직후 부정선거 항의 시위와 서구와의 핵협상 교착 상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아랍의 봄’과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 몰락은 이란 이슬람 정부에 핵개발의 유혹을 더욱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3월로 다가온 이란 총선도 이란 집권층에 위기를 불지펴 내부 결속을 꾀하려는, 이슬람 혁명 이후 고전적 수법을 다시 반복하게 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역시 11월 대선을 맞아 강경태세로 전환하고 있다. 오바마는 대이란 제재를 통해 공화당 등 국내의 대외정책 강경파의 입을 미리 막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번 이란 제재가 행정부가 아니라 의회에 의해 주도됐다는 것이다. 미국 석유메이저와 군산복합체들이 위치한 지역구 출신 의원들이 핵심인 의회 군사위와 외교위 소속 의원들이 이란 석유 수출 금지를 제안하자, 오바마 행정부는 적극 검토하겠다고 맞장구쳤다.
이란 위기로 이라크 철군 이후 공백이 되는 중동지역의 미 군사력이 다시 상시 보강될 가능성이 커졌고, 하락하던 석유값은 다시 상승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은 국방수권법에 서명하면서, 그 내용 모두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며 신축적 시행에 필요한 권한도 위임받았다. 그러나 중동 위기의 상존화로 이익을 보는 쪽은 결국 국방비 삭감과 경기후퇴에 몰리는 군산복합체와 석유메이저라는 점은 분명하다.
■ 호르무즈 해협은 봉쇄될 수 있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없다는 데 동의한다.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걸프 지역에는 이란-이라크 전쟁, 두 차례 걸프전 등 무수한 전쟁과 위기가 있었으나,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봉쇄된 적은 한번도 없다. 미국이 이란의 이슬람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뒤에서 이라크를 지원해 부추긴 이란-이라크전 때에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적이 없다. 위기만 있었을 뿐 봉쇄가 현실화되진 않았다. 앱숀 오스토바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이란의 가미카제식 호르무즈 위협’에서 이란이 1980년대 유조선 등을 이용해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를 성공적으로 방해했다고 선전하나, 실제로는 미국에 의해 무력화됐다고 지적한다. 그는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이 최근 이란의 해협 봉쇄 능력이 실제 있다고 밝혔다곤 하나, 이는 미 해군력에 의해 간단히 제거될 것이고 이란이 실제로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분석한다. 미국 등 서구가 이란에 대해 전면전을 벌일 명분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가 지난 30년 동안 지속된 중동위기 상시화의 일환으로 그칠지, 아니면 이란 체제의 전복으로까지 갈지는 미-이란의 권력교체기가 끝나는 시점이면 판명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 호르무즈 해협은 봉쇄될 수 있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없다는 데 동의한다.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걸프 지역에는 이란-이라크 전쟁, 두 차례 걸프전 등 무수한 전쟁과 위기가 있었으나,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봉쇄된 적은 한번도 없다. 미국이 이란의 이슬람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뒤에서 이라크를 지원해 부추긴 이란-이라크전 때에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적이 없다. 위기만 있었을 뿐 봉쇄가 현실화되진 않았다. 앱숀 오스토바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이란의 가미카제식 호르무즈 위협’에서 이란이 1980년대 유조선 등을 이용해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를 성공적으로 방해했다고 선전하나, 실제로는 미국에 의해 무력화됐다고 지적한다. 그는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이 최근 이란의 해협 봉쇄 능력이 실제 있다고 밝혔다곤 하나, 이는 미 해군력에 의해 간단히 제거될 것이고 이란이 실제로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분석한다. 미국 등 서구가 이란에 대해 전면전을 벌일 명분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가 지난 30년 동안 지속된 중동위기 상시화의 일환으로 그칠지, 아니면 이란 체제의 전복으로까지 갈지는 미-이란의 권력교체기가 끝나는 시점이면 판명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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