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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시리아 학살극’ 누가 말리나

등록 2012-02-05 22:03수정 2012-02-06 09:44

안보리 결의안 채택, 러·중 거부로 또 무산
아사드 정권 ‘최악 학살’에 국제사회 엄포만
서방·반서방 균형추 구실할 대안 없어 곤혹
미국 전략 바꾸자 러·중 ‘친미정권 설라’ 우려
시리아에서 하루 사이에 260여명이 학살당했는데도 국제사회는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못했다. 미국의 한 고위 외교관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데드맨 워킹’(사형장으로 가는 사형수)이라고 표현했다. 정권으로서는 수명이 다했지만, 숨이 끊어질 때까지 아사드 정권이 벌이는 유혈사태에 대해서 국제사회는 속절없이 지켜만 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4일 시리아 정부의 시위대 유혈진압 중지와 평화적 정권이양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상정했으나,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안보리 표결은 시리아군이 서부 도시 홈스에서 반정부 시위대에 포격 등을 가해 260여명을 학살한 지 몇시간 뒤 진행됐다. 홈스 학살은 지난해 3월 이후 5000여명이 희생된 시리아 반정부 시위 사태 중 최악의 학살이다. 국제사회의 대응 실패로 아사드 정권의 강경 자세만 굳어져, 시리아는 총체적인 혼란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 엄포에 그치는 시리아 제재 안보리의 대시리아 결의안 채택 실패는 이번이 두번째이다. 지난해 10월에도 아사드 대통령에게 제재를 경고하는 내용의 결의안 표결을 했으나, 러시아와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번 표결에서는, 아사드를 직접 언급한 권력이양과 무기금수 등 제재 조항 등도 넣지 않고, 외부의 군사개입을 금지하는 조항까지 삽입했으나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결의안 채택은 “내전에서 한쪽을 편드는” 위험을 취하는 것이라며, 러시아의 반대를 무시한다면 또다른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바오둥 중국 유엔대사도 결의안이 시리아 정부와 반대세력 사이의 대화 결과를 미리 예단하고 있다며, 이는 상황을 더 복잡하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독재자들을 지원하는 표결에 역겨움을 느낀다”고 맹비난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 및 아랍 국가들과 ‘시리아 국민들의 친구 단체’를 조직해 아랍연맹의 중재안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아예 독자 제재 움직임에 나설 모양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5일 “시리아에 대한 국가적 또는 지역적 제재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제재는) 시리아 정권으로 가는 돈과 무기를 모두 말려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탈리 추르킨 러시아 유엔대사는 “안보리가 지구상의 유일한 외교적 도구는 아니다”라며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7일 시리아를 방문해 아사드 대통령과 해법을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 대안 부재한 시리아 상황 국제사회가 속수무책인 이유는 시리아가 중동에서 가진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이다. 중동의 한가운데 자리잡은 시리아는 그동안 서방 대 러시아 및 중국, 이슬람주의 세력 대 세속권력, 중동의 친미국가 대 반미국가의 균형추 구실을 해 왔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은 반미를 표방하기는 했으나,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협조했다. 또 국내 이슬람주의 세력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취한 아사드 정권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중동 이슬람주의 무장세력들에게 지원을 하면서도 나름대로 통제력을 유지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소련 시절부터 중동의 최대 무기구매국이었던 시리아는 중동 지역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최대 맹방이자 교두보 구실을 했다. 러시아와 중국 입장에서는 아사드 정권이 무너져 친미 일변도의 정권이 성립될 경우 중동에 변변히 발붙일 나라가 없게 된다.

미국 역시 아사드 정권이 붕괴된 이후의 중동 정세를 우려해, 그동안 적극적인 정권교체 전략을 추진하지 못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들어 처음으로 시리아에 대한 제재 조처를 발표했고, 8월에야 아사드의 퇴진을 촉구했다. 그 이후 미국은 시리아 반체제 단체들에 대한 지원 등에 나서면서 시리아 정권교체로 정책을 변경했다.


현재로서는 군사개입 외에는 시리아의 유혈사태를 종식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리비아식 군사해법은 시리아에 적용하기 힘들다. 리비아와 달리, 시리아는 이라크·레바논 등 민감한 국가들과 접경하고 있는데다 시리아의 군사력과 방공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시리아에 외부 군사력이 개입한 전쟁이 벌어질 경우, 주변의 이슬람 무장세력들의 봉기와 이란의 대응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전면적인 중동전쟁이라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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