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국제사회
시리아에 본격적 내전, 더 나아가 중동 지역에서의 대리전이라는 먹구름이 깔리고 있다. 시리아 사태에 대한 유엔 결의 도출 실패로 해결책은 사실상 무력대응만 남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유엔 결의안이 부결된 다음날인 5일(현지시각)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유엔 바깥에서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안보리가 “거세됐다”며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시리아 정부의 자금원과 무기 공급을 차단할 새로운 제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런 방향 선회는 다른 나라들로 하여금 시리아 반정부세력에 무기를 공급하도록 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전면적 내전의 길을 여는 것이라고 시리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은 지금까지 미국은 시리아에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밝혀왔다. 한 행정부 관리는 “또다른 리비아를 기대하지 말라”며, 직간접적인 군사 개입에는 선을 그었다. 그러나 그는 “아사드의 학살이 계속된다면, 다른 나라들이 반정부세력을 돕기 위해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터키를 의미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클린턴 장관도 “정부의 공격을 받고 있는 많은 시리아인들이 자신을 보호할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이는 이미 예견된 것”이라며 내란 가능성을 인정했다.
또 인화성 높은 이 지역에서 미국과 유럽 및 걸프지역의 동맹국들이 시리아 반정부세력을 돕고, 아사드 정권은 이란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대리전의 무대를 열 수도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분석했다. 미국은 지난해 3월 시리아 반정부 시위사태가 촉발된 이후 개입을 극도로 자제해왔다. 시리아와 아사드 정권이 중동의 지정학적 정세에서 세력 균형추 구실을 해왔기 때문이다. 아사드 정권이 붕괴될 경우 시리아의 세력 공백이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또 미국의 개입은 시리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이란의 개입을 부를 빌미를 준다.
아사드 정권이 몰락하면 ‘아랍의 봄’ 이후 이집트, 리비아, 예멘에서의 정권 몰락과는 다른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나라들의 정권 몰락은 주로 내부적인 파장에 그쳤다. 반면 아사드 정권 몰락은 이란, 레바논, 요르단, 이스라엘, 이라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폭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외교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과 서방으로서는 무엇보다도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이 핵개발을 추진하는 이란에 대한 목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 이란 사태에 더한 시리아 사태가 중동 불안을 격화해 석유 파동 등을 낳는다면, 서방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부담이다. 이런 지정학적 요인과 중동 정세는 아사드 정권의 버팀목이 되면서도, 평화로운 해결책으로 가는 출구를 더욱 좁히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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