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시각차 깊은 골
지난 7일 런던에서 자살폭탄 공격으로 56명이 숨지고, 5일 뒤 12일엔 이스라엘 네탄야에서 자살폭탄 공격으로 5명이 희생됐다.
폭탄테러 소식이 일상화된 이스라엘 유대인들은 무슬림들이 무고한 민간인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두 사건이 똑같다고 주장한다. 반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단순 비교를 거부하면서도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런던테러 발생 당시 근처 호텔에 묵고 있었던 벤야민 네탄야후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고든 브라운 영국 재무장관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면서 “누군가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일을 이해한다면 이스라엘을 이해할 것”이라는 말을 건넸다.
이런 생각은 거리에서 만난 이스라엘 유대인들도 비슷하다. 예루살렘 시내의 음식점 사설보안담당자인 아비(24)는 “무슬림들이 런던 테러를 일으켰고, 이스라엘에서도 무슬림이 무고한 시민을 죽였다”라고 말했다. 주말판 신문을 팔고 있는 요시(42)는 “유럽 사람들은 항상 우리를 비난했다. 이젠 영국 사람들도 당해봤으니 알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무슬림지구에서 이름을 밝히기 꺼리는 한 젊은 팔레스타인 여성은 “우리는 빼앗긴 땅과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우는 것이다. 영국에서 누가 자신의 땅과 권리를 빼앗겼는가”라며 런던의 사건과 자신들의 저항 사이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는 “무고한 민간인을 죽이는 자살폭탄 공격에는 반대하지만, 이스라엘 점령지인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을 공격하는 것은 찬성한다”고 말했다.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의 이런 인식의 골에는 넘지 못할 상호불신이 있다. 사설보안담당자 아비는 “먼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을 다시 일어나지 못할 만큼 초토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팔레스타인인의 대꾸는 “누가 자신들의 친구와 식구가 다치고 죽임을 당하는데 가만히 있겠는가”(상점 점원 아흐마드·23)이다.
예루살렘/박은성 통신원 mephisgo@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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