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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미군, 이번엔 아프간서 코란 태우다가 ‘발칵’

등록 2012-02-22 20:27수정 2012-02-23 10:54

쓰레기장 무더기 소각 들켜 시민들 격렬 시위
진압 과정서 7명 사망…미 대사관 업무 중단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이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쓰레기 소각장에서 태웠다가 격렬한 반발에 부닥쳤다. 미국은 백악관과 국방부, 아프간 주둔군 사령부까지 나섰지만 진화가 쉽지 않다.

벌집을 건드린 사건은 지난 20일 밤 10~11시 아프간 주둔 미군의 최대 기지인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발생했다. 아프간 노무자들은 미군 복장을 한 2명이 덤프트럭에서 내린 포대를 쓰레기 매립장의 불구덩이에 넣는 것을 보고 다가갔다. 놀랍게도 코란이었다. 아프간인 노무자 자비울라(22)는 “누군가 ‘코란이다’라고 외쳤고, 우리는 쓰고 있던 헬멧으로 그들을 공격하면서 소각을 중단시키려고 했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일부 노무자들은 물을 부어 불을 끄고 다른 사람들은 반쯤 탄 코란을 끄집어냈다.

소식을 들은 주변 주민들이 이튿날 아침부터 바그람기지 주변에 몰려들었다. 2000여명까지 불어난 시위대는 화염병과 돌을 던지고 새총을 쐈다. 타이어에 불을 붙이면서 “미국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바그람기지 외곽 초소도 불에 탔다. 어떤 이들은 미군과 싸우는 탈레반의 노래를 불렀다. 신앙심이 깊은 아프간인들의 반미 시위는 22일에도 이어졌다. 수도 카불에서는 여러 곳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자동차와 상점에 화재가 발생했다. 미국대사관은 업무를 중단했다. 동부 잘랄라바드에서는 1000여명이 고속도로를 막고 시위를 벌였다. 이날 총기를 사용한 경찰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수도 카불, 동부의 파르완주와 로가르주 등지에서 시위대 7명이 숨졌다고 아프간 내무부는 밝혔다.

미국 정부는 파문 차단에 애쓰고 있다. 존 앨런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은 21일 발표 장면이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성명에서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다른 외국군들까지 배속된 국제안보지원군도 지휘하는 그는 모든 외국군은 10일 안에 “성물의 적절한 취급법”을 교육받으라고 지시하면서 진상 조사를 약속했다. 백악관도 “아주 불행한 사고”라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슬람 사회에서 가장 불경스러운 행위로 꼽히는 코란 훼손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발생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미군 당국은 수감시설에서 나온 코란이 소각장으로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아프간 무장세력 출신인 수감자들이 코란을 은밀한 통신 수단으로 이용해 압수했다는 것이다. 문제를 더 키우는 것은 실수로 한 권 태운 게 아니라 무더기로 불길에 던졌다는 사실이다. 10~15권이 완전히 탔고, 다수가 반쯤 타거나 표지가 불에 그을렸다.

미국의 발빠른 대응은 지난해 4월 미국인 목사 테리 존스가 코란을 불태운 뒤 일어난 소동을 바로 떠올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시위대가 아프간 북부 마자르이샤리프의 유엔 사무소를 습격해 12명이 숨졌다. 2008년에는 이라크 주둔 미군 병사가 코란을 사격 표적으로 삼은 일에 대해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에게 사과 전화를 했다. 미국 해병대원들이 탈레반 대원들의 주검에 소변을 뿌리는 동영상이 공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코란 소각 사건이 발생한 점도 미국을 긴장시킨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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