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시리아 정부군, 기자도 표적 살해?

등록 2012-02-23 20:22수정 2012-02-24 08:28

마리 콜빈(56·여·왼쪽 사진)·레미 오슐리크(28·남·오른쪽)
마리 콜빈(56·여·왼쪽 사진)·레미 오슐리크(28·남·오른쪽)
미디어센터 포격…기자 2명 등 60여명 숨져
유혈진압 보도 통로 파괴…계획된 공격인듯
유엔 안보리 결의 1783호는 ‘전쟁지역에서의 언론인 안전보장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리아에선 의미가 없다. 지난해 3월 반정부 시위 시작 이래 사망자가 7600명을 넘어선 이 나라는 이제 종군기자들의 ‘묘지’가 되어가고 있다.

<에이피>(AP) 통신 등은 반정부군의 거점인 홈스의 중심부 바바 아무르에서 영국 <선데이 타임스>의 마리 콜빈(56·여·왼쪽 사진)과 프랑스 프리랜서 사진기자 레미 오슐리크(28·남·오른쪽)가 22일 임시 프레스센터에 대한 정부군의 포격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포격으로 두 기자를 포함해 6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드난 마흐무드 시리아 정보장관은 “숨진 두 기자가 시리아에 있는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날 공격은 계획된 ‘표적 살인’에 가까웠다. ‘국경없는기자회’는 누리집에 “미디어센터에 11개의 로켓탄이 떨어졌다”는 증언을 실었다. 특히 프랑스 <리베라시옹>의 특파원 장 피에르 페린은 시리아 정부의 기밀보고서를 인용해, 시리아 당국자들이 레바논 국경과 홈스 사이에 있는 모든 기자들을 죽일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바샤르 아사드 정권이 프레스센터를 공격한 것은 이곳이 정부군의 잔인한 공격을 세계에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숨진 콜빈 역시 이런 위험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페린과 함께 홈스를 떠났다가 기어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 뒤 변을 당했다.

예일대를 졸업한 미국인 콜빈은 25년 전 영국 <선데이 타임스>에 입사해 20년 넘게 세계 각지의 분쟁 지역을 취재해 왔다. 1990년대 코소보와 체첸, 동티모르를 누볐고, 지난해 리비아에서는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와도 인터뷰했다. 지난 2001년 스리랑카 내전을 취재하다 수류탄 파편에 맞아 왼쪽 눈을 잃은 이후 ‘검은 안대’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그는 지난 21일 영국 <비비시>(BBC) 인터뷰에서 “오늘 두 살짜리 아기의 죽음을 목격했다. 아이의 옷을 떼어냈더니 왼쪽 가슴에 파편이 박혀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콜빈이 작성한 마지막 기사는 지난 19일 <선데이 타임스>에 실린 ‘우리는 대학살의 공포 속에 살고 있다’ 였다. ‘그녀는 죽었다’(she died)로 마침표를 찍은 이 기사와 함께 한 뛰어난 종군기자의 삶도 끝이 났다.

함께 숨진 오슐리크 역시 리비아 반군 사진 ‘리비아의 전투’로 2011년 세계보도사진전에서 수상할 만큼 능력을 인정받는 종군기자였다. 이들과 함께 있었던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의 에디트 보봐르 기자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그는 23일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서 “(이 곳에선) 외과 치료를 받을 수 없다. 최대한 빨리 레바논 국경을 넘어가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2 채널>의 기자 질 자키에가 시리아 반정부 시위 시작 이후 처음으로 수류탄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6명의 시리아 현지 언론인들도 납치·살해되거나 포격에 숨졌다고 전했다. 미국과 아랍연맹을 비롯한 70여개국은 24일 튀니지에서 시리아 반정부세력과의 접촉그룹인‘시리아의 친구들’첫 회담을 열어 시리아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경제? FTA? 4대강?…내세울 게 없는 MB ‘잠 못이루는 밤’
전여옥, ‘공익판정’ 박원순 아들에 “공익이라도 가라”
박원순 ‘지지’ 쓴다는게 실수로 점하나 잘못…
“4월5일 BBK 가짜 편지 윗선 공개하겠다”
삼성, 유산 소송 지면 ‘이재용 승계’ 타격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