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개입 왜 주저하나
미국은 시리아에도 군사 개입을 할 것인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정권에 대한 압박 발언 수위를 높여가고 있지만, 지정학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조지 부시 행정부 때 ‘악의 축’의 하나로도 지목됐던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은 이슬람 무장단체를 지원하고, 러시아와 중국에 우호적이어서 그동안 미국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서방에 우호적이었던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과 다르다. 하지만 적대적이었던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 때와도 사정이 또 다르다. 그동안 중동지역에서 ‘세력 균형추’ 역할을 해온 시리아와 아사드 정권은 미국에 ‘뜨거운 감자’와 같은 존재다.
시리아라는 나라 자체가 중동이 전략적 요충지로 떠오른 1차대전 뒤 열강의 세력균형 속에서 탄생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1차대전 뒤 독일의 동맹국이던 오스만제국이 몰락하자, 사이크스-피코 비밀협정을 맺어 아라비아반도 북쪽 지역을 나눠먹었다. 프랑스는 현재의 시리아·레바논 및 이라크 북부를, 영국은 요르단과 이라크 남부 및 걸프만 지역을 분할하고, 러시아도 이를 묵인하고 터키 동부를 약속받았다.
사이크스-피코 협정은 당초 영국이 내걸었던 이 지역들이 포함된 단일 독립 아랍국가 혹은 아랍연방국 약속을 위배한 것이다. 아랍 민족들의 강력한 반발 속에 영·프 등은 자신들의 관할 지역 내에서 자의적으로 국경선을 그으며 현재의 아랍 국가들을 만들어 냈다. 전형적인 ‘디바이드 앤드 룰’(분할통치)이자, 영·프·러 삼국의 세력균형의 결과이다.
이는 열강들만 아니라 아랍 국가 지정학의 세력균형으로도 굳어졌다. 특히 시리아는 수도인 다마스쿠스가 당초 단일 독립 아랍국의 수도로 상정될 정도로, 중심적인 지역이다. 시리아는 1960~70년대 이집트와 함께 범아랍민족주의의 핵심국가였고, 이후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 종파와 민족 분쟁을 제어하는 완충 역할을 했다.
그 중에서도 아사드 정권은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 이슬람 무장조직을 지원하면서도, 중동 지역에서 이슬람주의를 제어하는 세속주의 정권의 대표 주자였다. 시리아는 또 접경한 레바논·이라크·터키의 종파·민족 분쟁에서도 제어 및 완충 역할을 했다. 테러와의 전쟁 때는 미국에게 적극 협조하기도 했다. 러시아와 중국에게도 냉전시대 때부터 중동 지역에서 교두보 역할을 해줬다. 미국은 시리아와 함께 탄생한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켰다가, 종파·민족 분쟁이라는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 현 상태에서 군사 개입을 통해 아사드 정권이 몰락할 경우, 레바논·이라크·터키 접경 지역의 종파·민족분쟁은 이라크 침공 때와 비교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슬람단체 지원, 중-러와 우호관계 등 ‘눈엣가시’ 불구
아랍서 ‘종파·민족’ 균형자 구실…방공망, 리비아의 5배 군사적인 측면에서도 난감한 상황이다. 첫째, 시리아의 방공망은 리비아보다도 5배나 강하다고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은 7일 상원 청문회에서 증언했다. 뎀프시는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면 “장기간에 걸쳐 많은 전투기가 필요하다”며 현재 군사 역량에 비추어 미군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군사 개입의 교두보가 없다. 리비아 사태 때와는 달리 조직된 반군 및 반군 지역이 없다는 뜻이다. 뎀프시 의장은 시리아 반군은 100여개의 다른 그룹들로 구성돼 있다며 “누구와 상대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셋째, 이웃 터키의 도움이 절대적임에도 터키는 소극적이다.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부가 올해 들어 반아사드 입장을 분명히 하자, 시리아는 터키 정부와 내전 상태인 접경 지역의 쿠르드족 게릴라들을 지원하고 있다. 터키는 미국과 나토가 먼저 전면적으로 나서야, 다리를 걸치겠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도, 이란 핵개발 위기와 겹쳐질 수 있다. 이란의 적극적인 개입과 핵개발 가속화, 또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증폭될 우려가 크다. 전면적인 중동 분쟁으로 가는 시나리오이다. 중동은 지금 미국 등 서방이 어떤 선택을 하든지 아무도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다시 질주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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