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국제구호 활동가가 보내온 시리아 난민 어린이들 사연
국제구호 활동가가 보내온 시리아 난민 어린이들 사연
시리아에서 19일 밤 한때 반독재 시위와 무장저항 발발 이후 1년 만에 처음으로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격렬한 교전이 벌어졌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달 초 투쟁거점 홈스와 이들리브에서 잇따라 정부군에 밀려 철수했던 반정부 자유시리아군의 ‘게릴라식 투쟁’은 이렇게 계속되지만, 바샤르 아사드(47) 정권의 무차별 진압과 이로 인한 민간인들의 희생은 끝날 기미가 없다. 시리아에선 지난 1년간 민간인 6645명 등 모두 9113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된다.
국제 아동인권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의 긴급구호 활동가인 앤드루 원더(영국)가 최근 시리아와의 접경지대에 마련된 레바논의 시리아 난민캠프에서 시리아 어린이들을 돌보면서 겪은 안타까운 사연을 20일 <한겨레>에 기고했다.
이제 열살이 된 시리아 소년 아드난은 포탄이 떨어질 때 무섭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자기가 떠나온 마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말할 땐 얼굴빛이 달라졌다. “우리 집에서 조금 떨어진 집에 포탄이 떨어졌어요. 내 주변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 같았어요. 사람들이 죽고, 끊임없이 포탄이 쏟아졌어요. 밤에는 더 심했어요.”
소년에게 두렵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무서웠다고 인정하면 자기가 용감하다는 게 의심받을까 걱정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결국엔 포탄이 자기 주변에 떨어질 때엔 무섭고 놀랐다면서도, 레바논으로 탈출하는 동안은 전혀 무섭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드난에게 초토화된 시리아 북부 도시 홈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자기 어머니에 대해서도 물었다. 소년은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그의 눈엔 금세 그렁그렁 눈물이 고였고,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자 얼굴을 두 손에 파묻었다. 아드난의 누나가 조용히 말했다. “우린 엄마가 무척 보고 싶어요. 엄마 안부가 걱정돼요.”
아드난 남매는 시리아에서 1년째 이어지고 있는 반독재 시위대에 대한 학살을 피해 레바논으로 피란한 수천명의 시리아 어린이 중 극히 일부일 뿐이다. 나머지 상당수는 행방조차 묘연하다. 레바논과 시리아 국경의 산악지대엔 날마다 고향을 등진 수많은 피란민 가족들이 몰려든다. 분쟁을 피해서, 음식과 물을 찾아서다.
이제 열살이 된 아드난에게 초토화된 홈스서 빠져나오지 못한 어머니에 대해 물었다. 소년은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 대신 금세 그렁그렁 눈물이 고였고,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자 얼굴을 두 손에 파묻었다.
피란민 대다수는 바샤르 아사드 정부군이 최근 한달간 포위해 집중공세를 퍼부은 홈스 외곽 바바 아므르 지역 주민들이다. 주민 자베르는 정부군의 포탄에 집이 박살난 뒤 아내와 세 자녀를 데리고 피란길에 올랐다. “한달이 넘도록 빵이든 뭐든 먹을 것이라곤 없었습니다. 정부군이 물탱크를 포격하는 바람에 주민들은 비가 올 때면 양동이로 빗물을 받았지요. 바바 아므르는 완전히 엉망진창이 됐어요.”
자베르는 부서진 집에서 건져내온 짐더미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담요와 가방들 사이에서 뭔가 꼼지락거렸다. 자베르의 젖먹이 딸 라피프가 잠을 자면서 몸을 뒤척였다. 자베르는 “딸에게 우유를 줘야 하는데 우리 수중엔 가진 게 거의 없다”고 했다. 그는 우유를 살 돈이 없었다.
레바논에 난민 등록을 한 시리아 피란민은 공식 집계로만 1만2000여명에 이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 두 나라의 국경지대는 전통적으로 허술한 곳이 많다. 최근 들어 국경을 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레바논의 마을 곳곳에는 여전히 시리아 난민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레바논 제2의 도시인 트리폴리에서 짐꾸러미와 난민들로 가득 찬 시리아 번호판의 승합차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비집고 들어앉을 틈이 없을 정도다. 레바논 마을 공동체 지도자들은 시리아 난민들이 수백명씩 머무를 곳을 찾아 몰려들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이 가지고 온 돈은 금방 바닥이 날 것이다. 일부는 이미 빈털터리다.
난민들은 일단 분쟁의 현장에서 탈출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아예 고향을 등지지는 못한다. 그들은 고향에 남겨두고 온 사람들과 하던 일들과 물품들,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에 대해 말한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난민들은 몸만 빠져나왔을 뿐 정서적으로는 아직도 시리아에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열살 소년 아드난이 끝내 눈물을 흘린 것은 폭격이나 총격 때문이 아니었다. 아드난이 알고 있던 유일한 ‘우리 집’을 버리고 떠나기로 한 부모의 결정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산산이 파괴된 그의 조국도 아니었다. 아드난은 엄마를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아니 만날 수 있을지조차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시리아의 난민 어린이들에게는, 불확실한 미래야말로 최근 겪은 엄청난 공포보다 더 깊은 두려움을 안기고 있다.원문은 인터넷한겨레 영문판
앤드루 원더/ 세이브더칠드런 긴급구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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