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브루나이도 허용키로
아랍의 봄 이후 여성인권 개선
아랍의 봄 이후 여성인권 개선
엄격한 이슬람 보수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들이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아랍의 봄’ 이후 이슬람권에서 여성 인권이 조금씩이나마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하나의 사례다.
사우디의 나예프 빈 압둘아지즈 왕세자는 “스포츠가 여성의 존엄성에 대한 기준을 충족하고 이슬람 율법과 상충되지 않는 한 올해 런던 올림픽에 여성 운동선수들의 출전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고 범아랍권의 영어 신문 <알하이야트>가 20일 보도했다.
압둘아지즈 왕세자의 발언은, 여성의 몸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못하도록 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선수 복장을 염두에 두고 제한적 허용 방침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사우디 올림픽위원회 관계자들과 만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이날 성명을 내어 “사우디가 런던 올림픽 대표선수단에 여성들을 포함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음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사우디뿐 아니라 카타르와 브루나이 등 이슬람 왕정국가들도 자국 여성 선수들의 런던 올림픽 참가를 허용할 방침이다. 사우디와 달리 카타르와 브루나이는 국내 스포츠 대회에는 여성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었으나, 올림픽에 여성 선수를 출전시키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날 <알하이야트> 보도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진 못했다면서도 “최소 1명 이상의 사우디 여성 선수가 런던 올핌픽에 참가할 것으로 믿는다”며 사우디의 조처를 “긍정적인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사우디 올림픽위원회는 지난주에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에 참가선수 후보 명단을 제출했다. 이 명단에 여성 선수가 포함돼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제스포츠연맹이 이를 검토한 뒤 5월말께 국제올림픽위원회에 공식적인 최종 명단을 올리게 된다. 사우디에서 올림픽에 참가하는 첫 여성 운동선수로는 2010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회 청소년올림픽(Youth Olympics)에서 승마 부문 동메달을 딴 달마 루시디 말하스가 유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