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자동차경주 진행 중
시민들, 대규모 반독재 시위
심하게 맞은 주검 발견 불구
정부 ‘홍보성’ 대회 일정 강행
시민들, 대규모 반독재 시위
심하게 맞은 주검 발견 불구
정부 ‘홍보성’ 대회 일정 강행
스포츠 정신은 흔히 정정당당한 승부의 상징으로 통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모든 독재자들은 스포츠 행사를 정권 유지의 도구로 적극 애용했다. 이번엔 세계적인 자동차경주대회인 포뮬러원 대회가 그런 논란에 휩싸였다.
2012 포뮬러 원(F-1) 그랑프리의 4라운드 대회가 22일 페르시아만의 섬나라 바레인에서 반독재 시위와 시위자 사망으로 얼룩진 채 폐막을 맞았다. 지난 주말새 바레인의 시위가 격화하면서 사망자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포뮬러원 대회는 1년간 세계 20개국을 순회하며 경주한 뒤 라운드별 득점을 합산하여 챔피언을 결정한다. 바레인은 지난 2004년 중동 지역에선 처음으로 이 대회 개최권을 따냈다. 그러나 지난해 아랍 전역을 휩쓴 반독재 민주회 시위가 바레인에도 불어닥치면서, 지난해 2월 바레인 그랑프리가 취소되기도 했다.
바레인 그랑프리 대회를 하루 앞두고 연습주행이 펼쳐진 21일, 바레인의 반독재 시위대 7000여명이 바레인 수도 마나마의 외곽에서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특히 이날 시위에 참가했던 살라 아바스 하비브(36)가 교외의 건물 옥상에서 심하게 구타당한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바레인 야권은 지난 14개월 동안 반독재 민주화시위로 최소 81명이 숨졌다고 주장한다.
바레인 인권운동가 나빌 라자브는 “바레인 왕정이 포뮬러원 대회를 정권홍보 수단으로 써먹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살만 빈 하마드 알칼리파 왕세자는 “대회를 취소하면 극단주의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게 된다”며 대회를 강행했다. 바레인은 시아파 주민이 다수이지만 소수 수니파인 알칼리파 왕가가 세습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바레인에는 미국의 제5함대 사령부가 주둔하고 있으며, 지난해 3월 반독재 시위 초기에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협력회의 국가들이 군대를 파견해 바레인 왕정의 시위 진압을 지원하기도 했다.
바레인 왕정은 지속적인 개혁을 약속하며 사태 수습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외신들의 스포츠 기자들은 대회 취재에 초청하면서, 다른 부문의 외신 기자들에겐 비자 발급도 거부했다. 바레인 왕정의 개혁 제스처가 위선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영국 <인디펜던트>의 중동 전문기자 로버트 피스크는 21일 “(반독재 민주화 시위대 수천명을 학살한)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권이 포뮬러원 대회에 4000만파운드(약 734억원)을 퍼붓는다고 생각해보라. 이건 스포츠가 아니라 정치다”라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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