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베리아 전 대통령…유엔법정 “반군범죄 도왔다”
시에라리온 내전개입…2차대전뒤 국가수반 첫처벌
시에라리온 내전개입…2차대전뒤 국가수반 첫처벌
‘블러드 다이아몬드’로 잘 알려진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내전에 개입한 혐의로 국제 재판에 회부된 찰스 테일러(64)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전직 국가 수반이 국제 법정에서 처벌되기는 2차대전 이후 처음이다. 반인도 범죄에 대한 국제적 대응에 기념비가 되는 결정이다.
유엔이 후원해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치된 시에라리온 특별법정은 26일 이웃 나라 시에라리온 내전에서 발생한 살인, 성폭행, 소년병 이용 등을 도왔다는 이유로 11가지 죄목으로 기소된 테일러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특별법정은 “테일러가 (시에라리온 반군의) 범죄를 돕고 사태를 악화시킨 데 대해 유죄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최대 종신형까지 받을 수 있는 테일러의 형량은 다음달 30일 선고될 예정이다. 그는 영국에서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반군을 이끌던 테일러는 1997년 내전을 거쳐 라이베리아 대통령이 된 뒤 시에라리온의 반군 조직인 혁명연합전선에 무기 등 군장비를 공급하고 그 대가로 다이아몬드를 제공받았다. 시에라리온 반군이 노예노동으로 다이아몬드를 얻었기 때문에 피 묻은 다이아몬드라는 뜻에서 ‘블러드 다이아몬드’라는 말이 생겨났다. 시에라리온 반군은 포로나 비협조자의 팔과 다리를 절단하는 만행으로 악명이 높았다.
특별법정 검찰은 테일러가 시에라리온 반군을 돕는 수준을 뛰어넘어 그들을 조직하고 지도까지 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테일러가 반군을 “실질적으로 지휘하고 통제했다는” 점은 입증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테일러는 10년간 12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시에라리온의 내전에 대한 국제적 개입이 시도되고, 자국 반군과의 내전에서도 형세가 불리해지자 2003년 사임하고 나이지리아로 망명했다. 이 무렵 시에라리온 특별법정이 설치돼 그를 기소했다. 테일러는 이후에도 체포를 피하다 나이지리아 정부가 2006년 추방을 결정하자 도주하다가 붙잡혔다. 재판에서 그는 적용된 범죄사실들은 “풍문”에 불과하며, 자신은 신제국주의의 희생양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한테서 다이아몬드 원석을 선물받은 영국 출신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이 2010년 5월 증인으로 나와 “더러운 돌덩이”를 받았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테일러는 2차대전 종전 직전 자살한 독일 총통 히틀러의 자리를 이어받은 카를 되니츠 이후 처음으로 국제 재판으로 처벌받는 전직 국가 수반이다.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10년형을 선고받은 되니츠가 전승국들의 심판을 받았다면, 테일러는 제3자라도 반인도 범죄를 단죄해야 한다는 최근 20년간의 국제법적 흐름에 덜미를 잡혔다.
앞서 유엔이 만든 국제유고전범재판소는 1990년대 발칸전쟁의 책임을 물어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을 기소했지만 그는 2006년 심장마비로 옥사했다. 지난해에는 상설 재판소인 국제형사재판소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지도자가 반정부 세력에게 사살당해 법정에 설 기회를 잃었다. 역시 국제형사재판소가 기소한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은 자리를 유지하며 체포를 면하고 있다. 지난해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다 내전 끝에 축출당한 로랑 그바그보 전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은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된 상태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쟤는 전교 왕따래” 학교 달라도 금세 소문
■ “네 말은 못 믿겠어” 112 녹취록에 ‘그놈 목소리’ 있었다
■ 정세균 “박근혜, 상대하기 쉬운 후보일 수 있다”
■ 귀한 동강할미꽃 찾아갔더니 ‘댕강’
■ 나와 친해지고 싶어 왕따시켰다는 반장
■ “쟤는 전교 왕따래” 학교 달라도 금세 소문
■ “네 말은 못 믿겠어” 112 녹취록에 ‘그놈 목소리’ 있었다
■ 정세균 “박근혜, 상대하기 쉬운 후보일 수 있다”
■ 귀한 동강할미꽃 찾아갔더니 ‘댕강’
■ 나와 친해지고 싶어 왕따시켰다는 반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