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다른 후보 지지하며 토론
응원노래 등 올리며 인터넷도 후끈
여론향방은 안갯속…결선투표 예상
응원노래 등 올리며 인터넷도 후끈
여론향방은 안갯속…결선투표 예상
“좋은 아침입니다. 누구를 찍으실 겁니까.”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요즘 새로 생긴 인삿말이다. 23~24일 지난해 군부정권을 타도한 뒤 처음 맞는 대선을 앞두고 이집트는 지금 ‘선거 축제’를 치르고 있다. 이집트에서 국가지도자를 자유 투표로 뽑는 것은 60여년 만의 일이다.
<뉴욕 타임스>는 선거를 코앞에 둔 카이로 시내의 분위기를 21일 전했다. 길가에서 체스를 두고 있던 기술자 샤피끄 압둘칼리끄는 “요즘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상대인 후세인 자이드는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라고 대답하며 ‘체크메이트’(체스에서의 장군)를 불렀다.
자이드의 말대로 선거 결과를 짐작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여론조사 결과는 없는 상태다. 애초 13명이 난립하던 후보는 5명으로 줄었지만 여론의 향방은 안갯속이다. 하지만 예상되는 결과는 둘 중 하나다. 무바라크 독재정권의 관료 출신이거나 이슬람주의자거나. 지지율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아므르 무사(76)는 직업외교관 출신으로 아랍연맹 사무총장까지 올랐다. 무바라크 정권과 거리를 둬왔다고는 하나 10년간 외교장관을 지냈다. 아흐마드 샤피끄(71)는 총리를 지냈다. 그 뒤를 쫓고 있는 것은 압둘문임 아불 푸투흐(61)와 무함마드 무르시(61) 등 두 이슬람주의자다.
하지만 후보와 상관없이, 이집트인들은 자유선거의 즐거움을 한껏 누리고 있다. 지지자들이 집에서 만든 각 후보의 지지 노래와 뮤직비디오는 이집트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아흐마드 샤피끄, 당신은 너무 터프해요. 우리는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유치한 노래부터 “무함마드 무르시, 그는 영웅들, 전문가들, 모든 영역의 과학자들과 함께 온다”는 진지한 노래까지. 아들과 아버지, 남편과 아내가 서로 다른 후보를 지지하며 논쟁이 벌어지는 일도 잦다. 타일공 사마 카데르는 “두 아들과 나는 모두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다. 민주주의는 이미 우리 집에 있다”며 웃었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는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여, 새 대통령은 다음달 16~17일 열리는 결선투표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누가 당선되든 치안, 경제발전, 군부와의 관계 정립, 민주화 진전 등 산적한 난제를 단박에 푸는 것은 쉽지 않다. 은행원인 와심 라우프는 “민주주의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것을 싫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가게 점원인 알라 슈라파는 말했다. “후보들이 민중의 뜻에 따라 선출되기 위해 경쟁했다. 이미 역사는 한발 나아갔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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