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군 거점 인근 훌라지역에
정부 용병 총칼 들고 들이닥쳐
하룻밤새 100명 가까이 ‘몰살’
국제사회 “잔학무도” 맹비난
정부 용병 총칼 들고 들이닥쳐
하룻밤새 100명 가까이 ‘몰살’
국제사회 “잔학무도” 맹비난
“오, 신이시여, 이 아이들이 무슨 죄를 저질렀습니까. 아이들이 왜 이렇게 처참한 죽음을 당해야 합니까. 아랍인들이여, 당신들은 어디에 있나요.”
화면 속의 어른들은 울부짖고 있었다. 모스크(이슬람 예배당)로 보이는 건물 바닥에는 아이들 주검 10여구가 늘어서 있었다. 적게는 네댓살, 많아야 아홉살 정도 돼 보이는 아이들이다. 어떤 아이는 팔이 잘린 채, 어떤 아이는 머리가 날아간 채 누워 있었다. 1년 넘게 국제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시리아에서는 하룻밤 새 적어도 10살 이하 어린이 32명을 포함해 100명 가까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에이피>(AP) 통신 등은 유엔이 25일(현지시각) 시리아의 훌라에서 정부군의 공격으로 시민들이 대량 학살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26일 전했다. 훌라는 반정부 세력의 중심지 구실을 하고 있는 홈스에서 북서쪽으로 40㎞ 정도 떨어진 조그만 도시로, 이곳에선 시내 중심가에서 25일 저녁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정부군의 공격은 시위가 모두 끝난 밤부터 시작됐다. 정부군의 탱크가 포격을 퍼부은 뒤 이른바 ‘샤비하’로 불리는 친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 무장세력이 총과 칼로 무장한 채 시내로 들이닥쳤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이들은 집집마다 들어가 총을 난사했고 일부는 칼로 사람들을 난자했다. 어른부터 아이까지 온 가족이 몰살당한 집이 수두룩하다고 이들은 밝혔다. 유튜브에는 희생당한 아이들을 찍은 동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 공격은 시리아 폭력을 종식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코피 아난 유엔 시리아 특사가 수도 다마스쿠스를 곧 방문하기로 예정된 상황에서 발생했다. 게다가 지난해 ‘중동의 봄’ 이후 정부군이 반정부 시위를 유혈진압하는 양상을 타개하기 위해 코피 아난의 중재로 시리아 정부와 반군인 자유시리아군이 휴전협정을 맺은 것이 불과 지난달 12일이었다. 이번 학살은 휴전협정이 민간인들을 보호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유엔은 휴전협정이 제대로 지켜지는지를 감시하기 위해 시리아에 260명의 감시단을 보냈지만 정부군의 학살을 막지 못하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정부 용병에 의해 대량학살이 벌어지고 있다고 유엔 감시단에 알렸지만 그들은 이곳에 오는 것을 거부했다”는 훌라 시민 아부 에마드의 말을 전했다.
국제사회는 뒤늦게 시리아 정부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방장관은 “이 학살은 잔학무도한 행위”라며 “(시리아 대통령) 바샤르 아사드와 그 일파에게 계속 압력을 넣겠다”고 했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코피 아난은 “이런 학살은 국제법 위반이며 이번 범죄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런던에 자리잡은 ‘시리아 인권 감시단’은 “시리아 정권이 저지르고 있는 학살에 침묵해온 아랍 국가들과 국제사회는 모두 이번 학살의 공범”이라고 이례적으로 강하게 국제사회를 비난했다. 그러나 왈리드 무알렘 외무장관은 “시리아 정부는 ‘거짓말 쓰나미’의 공격을 받고 있다”며 “훌라 참사는 반정부 세력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시리아군과는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시리아에서는 지난해 봄 이후로 현재까지 9000명 이상이 유혈진압 등으로 숨졌고, 휴전협정 발효 뒤에 사망한 사람만도 수백명으로 추산된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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