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49명 학살 파문 어디로
아사드 정권 “반정부세력 짓” 주장
수니파와 알라위파간 다툼 부추겨
종파·민족간 테러전 ‘악순환’ 우려 일부선 실제 보복 폭력 보고되기도
반정부 시위-내전 ‘분수령’ 될 전망 시리아가 1990년대 민족 학살의 비극이었던 ‘제2의 보스니아’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5개월 동안 지속되는 시리아의 반정부 시위사태가 종파 및 민족분쟁으로 빠져들 소지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정부군이 어린이 등 노약자가 포함된 지난 25일 밤 훌라 학살을 자행했다는 증언에 대해, 바샤르 아사드 정권은 반정부 세력이 자행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주장의 진위를 떠나 이번 사태가 각 종파와 민족 사이의 보복 테러와 학살을 부르는 악순환을 불지피고 있다는 것이다. 시리아의 반정부 시위 사태는 애초부터 집권 소수종파인 알라위파에 대한 저항의 성격을 가지고 시작됐다. 아사드 정권은 지난 15개월간 민주화 시위를 수니파 극단주의자들이 주도하는 폭력사태로 규정하며, 알라위파 등 .소수종파와 중산층의 지지를 얻으려 했다. 민주화 시위가 다마스쿠스 등 대도시에서 중산층이 참여하는 대중시위가 아니라 민족 및 소수종파가 복잡하게 얽혀 사는 지방에서 폭력분쟁 형태로 발생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최근 들어 아사드 정권은 종파 분쟁을 부추기며 알라위파의 무장화를 독려하고 있다고 시리아 내 민주화 활동가들은 주장한다. 이번 훌라 학살도 ‘샤비하’라는 친정부 민병대에 일부 책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샤비하는 아랍어로 ‘유령’이란 뜻으로 시리아 연안 지역의 밀수 갱단이었다. 민주화 시위 사태 이후엔 정권 쪽에 복무하는 비정규 군사조직이 됐다. 반정부 세력 안에서는 수니파 그룹이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화 시위 사태가 내전 상태로 치닫는 중부 시리아에서는 이미 수니파와 알라위파 사이의 보복 폭력이 보고되고 있다. 런던정경대 중동센터 소장인 파와즈 저저스는 “과거 학살이 일어났던 홈스와는 달리 무장반군의 존재가 강력하지 않은 훌라에서 많은 어린이가 학살당한 것은 시리아 사태의 분수령”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지적했다. 그는 “이런 학살은 여러 분파가 상대방을 공포에 몰아넣는 도구와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아사드 정권의 전략은 주민들의 마음에 공포를 심는 것”이라며 “아사드 정권은 종파분쟁을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가 개입을 주저해온 데는 시리아가 중동에서 이슬람주의를 제어하는 대표적 세속주의 국가라는 지정학적 이유와 함께, 이 지역 민족·종파간 대립을 격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올해 들어 이들의 충돌은 이웃 레바논 도시 트리폴리에서 수니파와 알라위파가 총격을 주고받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서방 정부들은 반정부 세력들에 알라위파 주민들을 포용하라고 촉구하고 있으나, 알라위파 주민들은 자신들의 생존이 아사드 정권에 달려 있다고 확신하는 상황이라고 분석가들은 전한다. 시리아의 한 민주화 활동가는 “시리아인들은 수천년 동안 종파와 민족에 상관없이 공존해왔다”면서도 시리아의 ‘보스니아화’를 우려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수니파와 알라위파간 다툼 부추겨
종파·민족간 테러전 ‘악순환’ 우려 일부선 실제 보복 폭력 보고되기도
반정부 시위-내전 ‘분수령’ 될 전망 시리아가 1990년대 민족 학살의 비극이었던 ‘제2의 보스니아’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5개월 동안 지속되는 시리아의 반정부 시위사태가 종파 및 민족분쟁으로 빠져들 소지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정부군이 어린이 등 노약자가 포함된 지난 25일 밤 훌라 학살을 자행했다는 증언에 대해, 바샤르 아사드 정권은 반정부 세력이 자행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주장의 진위를 떠나 이번 사태가 각 종파와 민족 사이의 보복 테러와 학살을 부르는 악순환을 불지피고 있다는 것이다. 시리아의 반정부 시위 사태는 애초부터 집권 소수종파인 알라위파에 대한 저항의 성격을 가지고 시작됐다. 아사드 정권은 지난 15개월간 민주화 시위를 수니파 극단주의자들이 주도하는 폭력사태로 규정하며, 알라위파 등 .소수종파와 중산층의 지지를 얻으려 했다. 민주화 시위가 다마스쿠스 등 대도시에서 중산층이 참여하는 대중시위가 아니라 민족 및 소수종파가 복잡하게 얽혀 사는 지방에서 폭력분쟁 형태로 발생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최근 들어 아사드 정권은 종파 분쟁을 부추기며 알라위파의 무장화를 독려하고 있다고 시리아 내 민주화 활동가들은 주장한다. 이번 훌라 학살도 ‘샤비하’라는 친정부 민병대에 일부 책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샤비하는 아랍어로 ‘유령’이란 뜻으로 시리아 연안 지역의 밀수 갱단이었다. 민주화 시위 사태 이후엔 정권 쪽에 복무하는 비정규 군사조직이 됐다. 반정부 세력 안에서는 수니파 그룹이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화 시위 사태가 내전 상태로 치닫는 중부 시리아에서는 이미 수니파와 알라위파 사이의 보복 폭력이 보고되고 있다. 런던정경대 중동센터 소장인 파와즈 저저스는 “과거 학살이 일어났던 홈스와는 달리 무장반군의 존재가 강력하지 않은 훌라에서 많은 어린이가 학살당한 것은 시리아 사태의 분수령”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지적했다. 그는 “이런 학살은 여러 분파가 상대방을 공포에 몰아넣는 도구와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아사드 정권의 전략은 주민들의 마음에 공포를 심는 것”이라며 “아사드 정권은 종파분쟁을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가 개입을 주저해온 데는 시리아가 중동에서 이슬람주의를 제어하는 대표적 세속주의 국가라는 지정학적 이유와 함께, 이 지역 민족·종파간 대립을 격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올해 들어 이들의 충돌은 이웃 레바논 도시 트리폴리에서 수니파와 알라위파가 총격을 주고받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서방 정부들은 반정부 세력들에 알라위파 주민들을 포용하라고 촉구하고 있으나, 알라위파 주민들은 자신들의 생존이 아사드 정권에 달려 있다고 확신하는 상황이라고 분석가들은 전한다. 시리아의 한 민주화 활동가는 “시리아인들은 수천년 동안 종파와 민족에 상관없이 공존해왔다”면서도 시리아의 ‘보스니아화’를 우려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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