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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무바라크·전 내무장관만 25년형
‘학살 면죄부’에 분노하는 이집트

등록 2012-06-03 20:55수정 2012-06-04 14:14

호스니 무바라크
호스니 무바라크
민주화 시위 유혈진압에 ‘25년형’
“진압 저지 못한 책임”만 인정해
두 아들·경찰 현장책임자도 무죄
검찰 “항소할 것”…야권도 반발
시민들 ‘살인자 처단’ 대규모시위
이집트의 30년 독재가 심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집트 국민의 짧은 환호는 금세 거대한 분노로 변했다. 1심 판결이 독재정권에 면죄부를 준 것이란 해석이 나올 만큼 법적, 정치적으로 논란의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반쪽의 유죄 판결
카이로 법원은 2일 반독재 민주화 시위대에 대한 유혈진압 지시 및 부정축재 혐의 등으로 기소된 호스니 무바라크(84) 전 대통령에게 “진압을 저지하지 못한 책임”만을 물어 25년형을 선고했다고 현지 일간 <알아흐람> 등이 전했다. 무바라크의 고령을 고려하면 사실상 종신형이지만, 사형 판결까지 가능한 ‘유혈진압 지시’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850여명의 시위대가 숨진 이집트 혁명으로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진 지 16개월 만이다. 이로써 무바라크는 지난해 아랍 전역을 휩쓴 ‘아랍의 봄’ 이후 처음으로 자국 법정에 세워져 유죄 판결을 받은 인물로 기록됐다. 재판부는 하비브 아들리 전 내무장관에게도 경찰 지휘 책임만을 물어 25년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발포 혐의로 기소된 경찰 고위 관리 6명과 부패 및 돈세탁 혐의 등으로 기소된 무바라크의 두 아들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날 판결은 이집트 국영 텔레비전으로 생방송됐다. 아흐마드 리파아트 재판장이 먼저 무바라크와 아들리의 유죄 판결문을 낭독하자 이집트 전역에선 “신은 위대하다”, “순교자들의 피가 헛되지 않았다”는 환호와 이집트 국기가 물결쳤다.

그러나 재판부가 경찰 출신 피고들에게는 “이들이 살해 당사자라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자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방청석에선 “국민은 독립적인 재판부를 원한다”, “(군부)정권 퇴진” 등의 구호가 터져나왔다. 원고 쪽 변호인단은 시민들의 항의시위를 촉구했고, 이집트 최대 야권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은 재판을 다시 하라고 요구했다. 이집트 검찰은 1심 재판에 불복해 곧 항소할 것이라고 3일 밝혔다. 또 무죄가 선고된 경찰 출신 피고인들에게는 여행금지 명령이 내려졌다고 현지 언론들이 이날 전했다.

무바라크와 이집트의 앞날
무바라크는 판결 직후 헬리콥터에 태워져 카이로 인근 토라 교도소 병동에 수감됐다. 그러나 혁명의 발원지인 카이로의 타흐리르(해방) 광장뿐 아니라 알렉산드리아, 수에즈 등 전국의 주요 도시에선 이날 밤늦게까지 ‘살인자 처형’을 요구하는 대규모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한 희생자 유가족은 “무바라크가 내 아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는데, 왜 우리가 그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하느냐”고 외쳤다. 분노한 시민들의 시위는 3일에도 이어졌다. 판사 신분으로 재판을 방청한 마라 유세프는 “재판부가 ‘피고들이 시위대를 살해한 증거는 없다’고 명시함으로써 피고들이 항소할 좋은 구실을 제공했다”고 개탄했다. 이집트 인권변호사인 아미르 살렘도 “재판부가 무바라크에게 종신형을 선고했지만 법적 근거는 일부러 명시하지 않았다”며 “이건 항소심에서의 무죄 석방을 보장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과도정부인 최고군사위원회에 대한 불신이 큰 이집트인들 사이에선 이번 판결의 배경에 무바라크 체제를 교묘히 지탱하려는 군부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오는 16~17일 이집트 대선 결선투표를 앞두고, 이집트 야권에선 무바라크 집권 시절 총리를 지낸 아흐마드 샤피끄 후보가 당선할 경우 무바라크를 사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화보] 30년 전 모습 그대로인 이발소…‘이발’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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