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고향 출신들, 조직지도자 실종에 장갑차 앞세워 진입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축출 이후 국가재건에 몰두중인 리비아에서 무장세력에 의해 수도 트리폴리의 국제공항이 무장세력에 점령되는 일이 발생했다. 총선을 2주 앞두고 발생한 이 사건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리비아 국내 정치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에이피>(AP) 뉴스 등 외신들은 4일 중부 타르후나 지역 출신의 무장세력이 트리폴리 공항을 점령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전날 자신들의 지도자 아부 엘리자 하비시가 실종되자 이에 대한 자세한 조사를 요구하며 장갑차와 기관총을 앞세워 공항에 진입했다. 트리폴리 공항에선 이후 비행기 이착륙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항공기들은 도심 한가운데 있는 메티가 공군기지로 유도됐다. 트리폴리 보안위원회의 모함메드 가랴니는 <에이피> 통신에 활주로를 무장세력이 차지하고 공중에 총을 쏘는 바람에 공항기능이 완전히 정지됐다고 전했다.
타르후나는 카다피의 고향이자 주된 지지지역이었고, 이 지역 출신들은 카다피 치하에서 군부의 요직을 차지하며 ‘친위대’를 자처했다. 카다피를 축출한 뒤 다른 지역의 반군들은 여전히 이 지역민들에 대한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들의 지도자인 하비시가 단순 실종됐는지 현재 리비아를 통치중인 임시기구 국가과도위원회(NTC)에 체포된 것인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리비아에서는 오는 19일 카다피가 쿠데타를 일으킨 1969년 이후 처음으로 총선이 실시될 예정인데, 이를 둘러싸고 부족간의 다툼이 점차 잦아지고 있다. 반카다피 세력이 가장 먼저 발호한 동부 지역에서는 더 많은 의석을 요구하며 총선을 보이콧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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