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보고서 발표 “단죄받을 것”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어린이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유엔이 밝혔다.
유엔은 11일 반기문 사무총장의 이름으로 발표한 보고서 ‘어린이와 무력 분쟁’에서 시리아 어린이들이 정부군, 정보기관, 친정부 폭력 단체인 ‘샤비하’ 등에 의해 살인, 불구에 이르는 심각한 구타, 임의 체포, 구금, 고문, 성적 폭력 등의 피해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지난해 3월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이 장악하고 있던 이들립성의 아인 라루즈 마을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며, 8~13살 정도 어린이들을 정부군의 수송 버스 앞에 세워 인간 방패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시리아가 어린이를 살해·고문하거나 강제로 전투에 내모는 ‘치욕적 명단’(list of shame)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투 지역이 아닌 곳에서도 어린이들의 인권 유린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지난해 3월 시리아내 시위가 시작된 뒤 학교가 군 사령부나 수감 센터로 징발되는 일이 잦고, 어린이들을 수감하고 눈가리개를 씌운 채 전선 줄 등으로 구타하거나 전기 충격을 가하기도 한다고 고발했다. 정부군의 한 병사는 유엔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진압 작전에 나서면서 ’어린이나 여성도 개의치 말고 쏘라’는 명령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유엔은 “전 세계가 시리아의 민간인들에게 가해기는 폭력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갖고 있다”며 “이러한 범죄들이 단죄 받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유엔은 또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등에서 어린이들이 ‘희생 폭탄’으로 사용하는 관행이 여전하다고 밝혔다. 희생 폭탄은 자신이 무엇을 운반하고 있는지 모른 채 자살 폭탄 공격에 투입되는 이들을 뜻한다. 유엔은 2011년 한해에만 각각 11명의 아프간과 파키스탄 어린이들이 희생 폭탄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유엔은 보고서의 신빙성과 관련해 “이곳에 거론된 내용은 지난 3월 ‘어린이와 무력 분쟁’ 대표가 현장의 난민 캠프 등에서 피해자를 인터뷰해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명단에는 시리아를 비롯해 아프가니스탄 국립 경찰, 수단, 리비아, 이라크 등 52개 국가 또는 무력 집단이 올랐다.
길윤형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