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총선 위헌’ 결정 의미와 전망
독재 시절 때 임명된 재판관들
투표 무효화…‘의회 해산’ 명령
샤피크 ‘대선후보 자격’ 인정도
군 권력이양 불투명…시민 반발
독재 시절 때 임명된 재판관들
투표 무효화…‘의회 해산’ 명령
샤피크 ‘대선후보 자격’ 인정도
군 권력이양 불투명…시민 반발
혁명은 꼭 반동을 수반하는가.
17일(현지시각)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를 앞두고 있는 이집트에서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총선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이집트의 시계는 자칫 지난해 2월 시민혁명 이전으로 돌아갈 위기에 놓였다.
14일 발표된 헌재 결정의 근거는 올해 초 치러진 총선에서 하원 의석의 3분의 1이 무소속 후보들에게 할당됐음에도 각 정당들이 소속 후보를 당선시켜 무소속 후보들의 피선거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헌재는 또 지난해 이집트 혁명으로 축출된 호스니 무바라크(84) 독재정권에 참여했던 인물들의 공직 출마를 금지한 정치배제법에 대해서도 위헌 판결을 내렸다. 정치배제법은 지난 4월 현 의회에서 통과됐으나, 이집트 선거관리위원회가 위헌 소송을 냈었다.
이번 판결은 이집트 최대 정치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을 비롯해 이슬람주의 세력이 석권한 현 의회의 법적 근거를 무효화하고 사실상 해산을 명령한 것이다. 또 무바라크 정권의 마지막 총리를 지낸 아흐마드 샤피끄(71)의 대선 후보 자격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판결 하루 전인 13일 이집트 상하 양원이 현 의원 100명으로 구성한 제헌의회도 한순간에 증발해버렸다. 무바라크 정권 시절에 임명된 헌재 판사들이 대선 결선투표를 불과 사흘 앞두고 메가톤급 폭탄을 터뜨린 셈이다.
17일 대선 결선투표는 무슬림형제단의 무함마드 무르시(61) 후보와 샤피끄 후보의 양자 대결로 치러질 예정이다. 1952년 나세르 혁명 이후 60년에 걸친 군부 통치가 민간권력으로 이양되고 이집트 혁명이 결실을 맺는 역사적 사건이다. 그러나 이번 헌재 판결에 따라 당장 대선이 순조롭게 치러질지조차 불확실해졌다. 이집트 야권과 전문가 집단에선 ‘사법 쿠데타’라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이집트 아인샴스대의 법학자인 호삼 이사는 현지 일간 <마스리 알윰>에 “이번 판결은 최고군사위원회에 입법권을 부여하고 (의회를 해산한 뒤) 새 총선을 치르라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채택된) 헌법 선언에 따르면 의회 총선이 대선에 선행돼야 한다”며 대선 결선투표가 연기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카이로대 정치학과의 사이프 압둘파타흐 교수는 “이번 대선은 샤피끄 후보에게 권력을 쥐여줄 것”이라며 “이건 헌법의 탈을 쓴 쿠데타이자 혁명에 대한 배반”이라고 일갈했다. 이집트 야당들은 일제히 “대선 결선투표는 최고군사위를 합법화하는 ‘쇼’일 뿐”이라며 무르시 후보의 대선 포기를 촉구했다.
최고군사위는 이집트 혁명 이후 초헌법적 과도정부 구실을 하고 있는데, 이번 대선 뒤 민간에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다짐해왔다. 이집트 군부는 대선 결선에서 샤피끄의 당선을 바라는 눈치다. 그러나 무슬림형제단의 무르시 후보가 당선할 경우 군부가 권력 이양을 늦출 수도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내다봤다.
일단 무슬림형제단은 “우리는 법원의 모든 판결을 존중한다”며 대선 결선에 참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샤피끄 후보도 “헌재의 판결은 새 시대의 시작”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이집트 시민들은 헌재 판결에 항의해 15일 이틀째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분노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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