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을 앓고 있는 로즈 할머니는 하루빨리 수술을 받지 않으면 시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할머니가 시력을 잃어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 그와 함께 사는 손자, 손녀들은 당장 밥을 굶어야 한다.
[2012 희망나눔] 가나에서는
시력 잃어가는 로즈 할머니
시력 잃어가는 로즈 할머니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아프리카 가나 남부의 중소도시 은코코. 수도 아크라에서 북서쪽으로 150㎞ 정도 떨어져 있어 버스로 4~5시간 가야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열대지역에서 재배되는 우리의 고구마와 비슷하게 생긴 얌은 이 지역 주민의 주 소득원이다. 로즈(57) 할머니 역시 얼마 전까지 얌 농장에서 일을 하며 하루하루 고달픈 삶을 살아왔다. 그러던 중 5개월 전 일을 하다 눈을 다쳐 농장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얼마 전부터 눈이 침침해 시야가 흐려지면서 당한 사고였다.
남부 중소도시 은코코서
손자손녀 키우며 농장일
5개월전 눈 다쳐 그만둬 할머니에게는 딸이 있었으나 사위가 다른 여자를 찾아 떠났고, 딸 또한 아이들을 할머니에게 맡기고 재혼했지만 일찍 세상을 뜨고 말았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도 할머니는 외손녀(15)와 외손자(13)의 학비와 생계비 마련을 위해 3평 남짓한 집에서 지인들에게 비누 등을 팔며 살고 있다. 가나에는 이런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및 지원제도가 전무하다. 정부는 여러 방법을 통해 빈곤을 퇴치하려고 하지만, 부패 등으로 취약계층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은 없다. 또 다른 문제는 가족제도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결혼과 가족관계 성립이 명확하지 않아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다 아이를 낳은 뒤에 남성들은 대부분 다른 여성과 결혼을 하고 여성들은 혼자 남아 미혼모의 삶을 살거나 아이들을 부모에게 맡기고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사회적인 분위기가 일부다처제를 눈감아 주기 때문에 가나의 많은 여성들이 홀로 아이들을 키우며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그래서 로즈 할머니처럼 노인들이 손자 손녀를 책임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할머니는 눈을 다치고 난 다음에야 처음으로 병원이라는 곳을 가게 되었다. 평소에는 아픈 곳이 있어도 병원에 가지 못했다. 눈에 부상을 입은 뒤 근처 성가정병원에 갔지만 안과가 없었다. 그곳에서 간단히 항생제 처방을 받은 것이 할머니가 받은 치료의 전부였다. 이후에 지속적인 시력 저하의 원인이 부상이나 노안이 아닌 백내장 때문인 것을 알게 되었고, 계속 방치하면 실명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처럼 은코코에는 제때 치료를 받으면 완치될 수 있는데도 수술을 받지 못해 실명 위기에 몰린 사람이 많다. 안과는 마을서 3시간 거리
알고보니 사고는 백내장 탓
시력 잃을 땐 온가족 빈곤 은코코 주민들이 제대로 된 안과의사를 만나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은 승용차로 3시간 거리에 있다. 은코코가 가나에서 비교적 큰 도시지만, 의료시설 접근성은 매우 떨어진다. 수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도시가 비슷한 상황이며 지방의 작은 도시로 갈수록 더욱 심각하다. 의사도 현저히 부족하다. 가나의 공용어는 영어이기 때문에 고등교육을 받은 의사들이 더 나은 소득을 위해 외국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도 아크라가 아니면 모든 과목의 전문의를 갖춘 병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다. 일부 병원에서는 정부가 의료보험 비용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보험 적용이 많이 되는 치료를 기피하는 일도 있다. 2004년 12월 가나에 보험제도가 생기면서 빈곤층의 보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그러나 2000년 유엔이 정한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달성하기 위해 모자와 아동 보건 분야에 자금이 쏠리면서 로즈 할머니처럼 기타 질병으로 구분되는 환자들에 대한 지원은 오히려 줄었다. 올해 1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 모성 사망률 감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5200만유로를 가나에 기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0년 4월 발표된 새천년개발목표 분석에 따르면, 2010년 가족계획에 투자되는 금액은 결과적으로 다른 사회서비스에 쓰이는 금액의 40%를 줄어들게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할머니가 시력을 잃어 일을 하지 못하면, 할머니가 부양해야 하는 손자들은 빈곤과 기아에 빠지게 된다. 오는 27일은 고 김수환 추기경이 우리에게 오신 지 90주년 되는 날이다. 생의 마지막까지 각막 기증으로 나눔을 실천한 그분의 사랑처럼 케이에스디(KSD)나눔재단과 한겨레 독자들의 기부금은 시력을 잃어가는 분들께 새 삶의 빛을 드릴 것이다. 취약계층 지원제도 없어
의료진, 본지 등 후원모아
130명 백내장 수술 예정 가톨릭중앙의료원 의료협력본부에서는 이런 후원의 뜻을 모아 전세계 의료소외지역에 다양한 나눔사업을 직접 실천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아프리카 가나에서 개안수술 사업 및 안과질환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케이에스디나눔재단은 금융교육사업, 장학사업, 저개발국 지원사업 등의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으며 국내외 소외계층 개안수술을 위한 기금을 ‘바보의 나눔’에 전해 이 뜻에 동참하였다. 나눔에 동참한 분들의 도움으로 가톨릭중앙의료원 의료협력본부는 25일부터 새달 5일까지 가나 은코코 지역에서 로즈 할머니를 포함한 130여명의 어른들에게 백내장 수술을 해드릴 수 있게 된다. 김수환 추기경께서 마지막까지 소외된 이웃을 생각하며 서로 사랑하라는 말을 남기셨듯 하나하나 정성 들여 모인 우리의 소중한 사랑이 아프리카 가나에 퍼져 많은 이들에게 빛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홍승연/가톨릭대 가톨릭중앙의료원 의료협력본부
일회성 방문 진료? 현지 의료환경 개선!
현지 의료진 백내장 수술하도록
가톨릭중앙의료원 교육 등 지원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쉽게 치료하는 백내장 수술이 가나 성가정병원에서는 치료하기 어려운 병으로 분류돼 있다. 기본적인 치료와 진료를 받지 못해 실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성가정병원의 백내장 환자는 최근 2년 사이 50% 이상 증가했지만 수술 환자는 2010년에 12명, 2011년에는 단 한 명도 없었다.(그래프 참조) 가나에는 안과 진료나 수술을 위한 기기는 거의 없으며 보유하고 있는 장비마저도 우리나라의 1960년대 수준으로, 현재 이 장비로 수술할 경우 합병증 유발 우려가 있어 국내 의료진은 사용을 꺼리고 있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의료협력본부는 장기적으로 현지 병원에서 직접 백내장 수술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단순히 국내 의료진의 일회성 방문 진료가 아니라 의료진 교육 및 환경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 현지 역량 강화를 주된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에 가나를 방문하는 서울성모병원의 김규섭 교수(안과)는 “과거 우리나라도 해외에서 의료적인 도움을 받았는데 단순히 일회성 진료에 그쳤다면 지금처럼 보건의료분야가 눈부시게 발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현지에서 자생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홍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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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손녀 키우며 농장일
5개월전 눈 다쳐 그만둬 할머니에게는 딸이 있었으나 사위가 다른 여자를 찾아 떠났고, 딸 또한 아이들을 할머니에게 맡기고 재혼했지만 일찍 세상을 뜨고 말았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도 할머니는 외손녀(15)와 외손자(13)의 학비와 생계비 마련을 위해 3평 남짓한 집에서 지인들에게 비누 등을 팔며 살고 있다. 가나에는 이런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및 지원제도가 전무하다. 정부는 여러 방법을 통해 빈곤을 퇴치하려고 하지만, 부패 등으로 취약계층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은 없다. 또 다른 문제는 가족제도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결혼과 가족관계 성립이 명확하지 않아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다 아이를 낳은 뒤에 남성들은 대부분 다른 여성과 결혼을 하고 여성들은 혼자 남아 미혼모의 삶을 살거나 아이들을 부모에게 맡기고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사회적인 분위기가 일부다처제를 눈감아 주기 때문에 가나의 많은 여성들이 홀로 아이들을 키우며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그래서 로즈 할머니처럼 노인들이 손자 손녀를 책임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할머니는 눈을 다치고 난 다음에야 처음으로 병원이라는 곳을 가게 되었다. 평소에는 아픈 곳이 있어도 병원에 가지 못했다. 눈에 부상을 입은 뒤 근처 성가정병원에 갔지만 안과가 없었다. 그곳에서 간단히 항생제 처방을 받은 것이 할머니가 받은 치료의 전부였다. 이후에 지속적인 시력 저하의 원인이 부상이나 노안이 아닌 백내장 때문인 것을 알게 되었고, 계속 방치하면 실명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처럼 은코코에는 제때 치료를 받으면 완치될 수 있는데도 수술을 받지 못해 실명 위기에 몰린 사람이 많다. 안과는 마을서 3시간 거리
알고보니 사고는 백내장 탓
시력 잃을 땐 온가족 빈곤 은코코 주민들이 제대로 된 안과의사를 만나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은 승용차로 3시간 거리에 있다. 은코코가 가나에서 비교적 큰 도시지만, 의료시설 접근성은 매우 떨어진다. 수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도시가 비슷한 상황이며 지방의 작은 도시로 갈수록 더욱 심각하다. 의사도 현저히 부족하다. 가나의 공용어는 영어이기 때문에 고등교육을 받은 의사들이 더 나은 소득을 위해 외국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도 아크라가 아니면 모든 과목의 전문의를 갖춘 병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다. 일부 병원에서는 정부가 의료보험 비용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보험 적용이 많이 되는 치료를 기피하는 일도 있다. 2004년 12월 가나에 보험제도가 생기면서 빈곤층의 보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그러나 2000년 유엔이 정한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달성하기 위해 모자와 아동 보건 분야에 자금이 쏠리면서 로즈 할머니처럼 기타 질병으로 구분되는 환자들에 대한 지원은 오히려 줄었다. 올해 1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 모성 사망률 감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5200만유로를 가나에 기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0년 4월 발표된 새천년개발목표 분석에 따르면, 2010년 가족계획에 투자되는 금액은 결과적으로 다른 사회서비스에 쓰이는 금액의 40%를 줄어들게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할머니가 시력을 잃어 일을 하지 못하면, 할머니가 부양해야 하는 손자들은 빈곤과 기아에 빠지게 된다. 오는 27일은 고 김수환 추기경이 우리에게 오신 지 90주년 되는 날이다. 생의 마지막까지 각막 기증으로 나눔을 실천한 그분의 사랑처럼 케이에스디(KSD)나눔재단과 한겨레 독자들의 기부금은 시력을 잃어가는 분들께 새 삶의 빛을 드릴 것이다. 취약계층 지원제도 없어
의료진, 본지 등 후원모아
130명 백내장 수술 예정 가톨릭중앙의료원 의료협력본부에서는 이런 후원의 뜻을 모아 전세계 의료소외지역에 다양한 나눔사업을 직접 실천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아프리카 가나에서 개안수술 사업 및 안과질환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케이에스디나눔재단은 금융교육사업, 장학사업, 저개발국 지원사업 등의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으며 국내외 소외계층 개안수술을 위한 기금을 ‘바보의 나눔’에 전해 이 뜻에 동참하였다. 나눔에 동참한 분들의 도움으로 가톨릭중앙의료원 의료협력본부는 25일부터 새달 5일까지 가나 은코코 지역에서 로즈 할머니를 포함한 130여명의 어른들에게 백내장 수술을 해드릴 수 있게 된다. 김수환 추기경께서 마지막까지 소외된 이웃을 생각하며 서로 사랑하라는 말을 남기셨듯 하나하나 정성 들여 모인 우리의 소중한 사랑이 아프리카 가나에 퍼져 많은 이들에게 빛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홍승연/가톨릭대 가톨릭중앙의료원 의료협력본부
가톨릭중앙의료원 교육 등 지원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쉽게 치료하는 백내장 수술이 가나 성가정병원에서는 치료하기 어려운 병으로 분류돼 있다. 기본적인 치료와 진료를 받지 못해 실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성가정병원의 백내장 환자는 최근 2년 사이 50% 이상 증가했지만 수술 환자는 2010년에 12명, 2011년에는 단 한 명도 없었다.(그래프 참조) 가나에는 안과 진료나 수술을 위한 기기는 거의 없으며 보유하고 있는 장비마저도 우리나라의 1960년대 수준으로, 현재 이 장비로 수술할 경우 합병증 유발 우려가 있어 국내 의료진은 사용을 꺼리고 있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의료협력본부는 장기적으로 현지 병원에서 직접 백내장 수술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단순히 국내 의료진의 일회성 방문 진료가 아니라 의료진 교육 및 환경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 현지 역량 강화를 주된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에 가나를 방문하는 서울성모병원의 김규섭 교수(안과)는 “과거 우리나라도 해외에서 의료적인 도움을 받았는데 단순히 일회성 진료에 그쳤다면 지금처럼 보건의료분야가 눈부시게 발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현지에서 자생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홍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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