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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세갈래 길’에 선 무르시…개헌서 군통수권 회복 첫 시험대

등록 2012-06-25 20:03수정 2013-01-23 22:44

터키식 연착륙?
총선승리 발판 군부 제어땐
이슬람주의 체제내화 굳힐듯

세속적 권위주의 회귀?
진보적 젊은층 지지 못얻으면
군부기반 정권 재등장할수도

이란식 원리주의 전면에?
혼란 장기화·군부 내분땐
강경 이슬람국가화 가능성

이집트는 아랍의 역사에서 언제나 선도적인 역할을 한 나라였다. 인구와 경제력, 군사력에서 최대 규모로 아랍의 맹주 노릇을 한데다, 정치 이념에서도 길잡이 역할을 했다. 1950년대 가말 압델 나세르 대통령의 아랍민족주의는 아랍 지역의 세속주의를 이끌었다.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은 현대 이슬람주의 원조 격이다. 알카에다도 뿌리는 무슬림형제단과 맞닿아 있다. 아랍의 세속주의가 군부를 기반으로 한 권위주의 정권으로 변질된 것도 이집트가 시발점이다.

이제 이집트는 무슬림형제단 출신인 무함마드 무르시(61)의 대통령 당선으로 아랍 지역에서 또 한번 선도적 역할을 할 운명을 지게 됐다. 이집트 군부와 무슬림형제단은 각각 아랍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 세력의 원조로서, 양대 세력의 새로운 관계 설정과 이에 기반한 국정운영을 만들어 나가야 할 과제를 떠안았다.

당장 개헌 작업과 향후 의회 선거는 이집트의 미래를 가를 고비이다. 의회 해산과 군사최고위원회의 입법권 장악으로 ‘명목상 국가원수’에 불과한 무르시 당선자는 이 과정에서 민간정부의 권한 회복과 군부 권력 약화를 핵심으로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이집트를 이슬람주의화하려 한다’는, 무슬림형제단과 자신에게 쏠린 의혹을 해소하면서도,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를 조화시켜야 하는 장기적 과제도 안고 있다.

이런 과제를 짊어진 이집트의 미래는 크게 세가지 길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터키 모델이다. 이집트에서처럼 군부가 세속주의의 최후 보루 구실을 하던 터키에서는 2002년 이슬람주의 정당인 정의개발당이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하고 있다. 터키는 정의개발당 집권 이후 군부를 중심으로 한 세속주의 세력들이 정의개발당의 해산 등을 시도했으나, 정의개발당은 10년 동안 세번째 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의개발당은 터키의 세속주의 통치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군부의 권력을 제어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이슬람주의 세력이 체제내화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집트에서도 무슬림형제단이 이미 상당부분 체제내화된 점을 고려하면, 이슬람주의 세력과 정당들이 체제내화된 정치 세력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세속적 권위주의 통치로 회귀이다. 군부가 권력을 놓지 않고, 무슬림형제단도 이집트의 이슬람주의화에 역점을 둘 때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이번 대선에서 무르시와 무슬림형제단이 받은 지지는 전체 유권자로 보면 25% 정도다. ‘아랍의 봄’을 이끈 진보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젊은층은 무슬림형제단을 또 하나의 보수적 기득권 세력으로 보고 있다. 무르시가 이들 자유주의적 세력의 지지를 끌어모으지 못하고, 보수적 이슬람주의에 집착하면 군부에 기반한 권위주위적 정권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이란 모델이다. 가능성은 적으나, 이슬람주의 세력의 전면적 득세로 인한 이란식 이슬람국가화이다. 이집트에 혼란이 발생해 장기화되고, 군부 역시 내부분열로 통제력을 잃는다면 무슬림형제단 강경파를 포함한 이슬람주의 세력이 이슬람화를 내걸고 집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 당선이 발표된 24일(현지시각) 무르시는 이미 해산된 기존 의회 앞에서 취임선서를 할 것이라고 밝혀, 정국 운영을 향한 첫 도전장을 군부에 내밀었다. 무슬림형제단 지도자들도 의회가 다시 복귀할 때까지 지지자들이 타흐리르 광장 점령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집트는 이미 그 앞에 놓인 세갈래 길 앞에 발을 내딛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집권성공 ‘무슬림형제단’은

군부집권 60년간 핍박…조직원 100만명 추산

무함마드 무르시의 대통령 당선으로 1950년대 이후 60여년간 이집트 군부의 핍박을 받아오던 이슬람주의단체 무슬림형제단은 이제 이집트의 집권세력으로 떠올랐다.

무슬림형제단은 영국의 식민통치 시기인 1928년 이슬람 학자 하산 알반나가 ‘진정한 이슬람 가치의 구현과 확산’을 목표로 창설했다. 이슬람의 존엄과 부흥을 내세운 무슬림형제단은 교육과 의료 복지 등을 제공하면서 암울한 식민지 국민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현재 조직원은 60만~100만명으로 추산된다.

무슬림형제단은 애초 정당이나 무장투쟁 조직이 아닌 종교·사회적 부흥운동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1930년대 중반 이후 영국의 식민통치 반대 운동을 시작하면서 일부 조직원들이 무장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1952년 이집트 청년장교단이 나세르 혁명으로 집권하면서 무슬림형제단은 불법단체로 낙인찍혔다. 군부가 범아랍 민족주의와 함께 정교분리를 명시한 세속주의 원칙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과 가족, 공동체와 국가에 쿠란과 순나(이슬람 신행과 규범)의 정신을 부활시킨다”는 무슬림형제단의 목표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무슬림형제단은 1954년 나세르 전 대통령 암살 시도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테러단체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 단체의 정신과 영향력은 북아프리카와 중동 등 아랍 전역으로 퍼져나가 가지를 쳤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 이후 의회를 장악한 엔나흐다,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요르단의 주요 정당인 이슬람행동전선, 이라크 이슬람당 등이 대표적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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