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새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가 당선 확정 직후 꺼내든 두개의 화두는 ‘화합’과 ‘평화’였다. 국내적으로는 화합을 통해 무슬림 대통령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대외적으로는 평화를 내세워 중동 정세 격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 등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무르시 당선자는 24일(현지시각) 선거관리위원회 발표 뒤 첫 공식 연설에서 “위대한 이집트 국민들께 앞으로 국가의 화합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나는 당신이 누구이든 모든 이집트인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대외적으로는 “이집트가 지금까지 체결한 모든 국제조약과 협정을 준수하겠다”며 “우리는 그동안 평화를 원한다는 점을 세계에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일단 미국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밤 무르시 당선자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의 뜻을 전하고, 국내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지역안정에 역할을 해줄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미국의 속내는 간단치 않다. 이집트는 지난 30여년간 이스라엘·이란·대테러전쟁 등 미국의 중동정책에 적극 협조하는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매년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어치의 군사원조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집트 헌정 사상 최초의 이슬람 정권의 등장으로 ‘이집트의 협조’를 전제로 구축된 미국의 중동정책은 뿌리부터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은 오랜 적(무슬림형제단)을 지지하고, 오랜 동맹(군부)을 비판해야 하는 어색한 처지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무르시 당선자가 “모든 국제협정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이 중동 전역을 포괄하는 이슬람 국가를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중동전문가인 앤서니 코더스먼은 <에이피>(AP) 통신에 “단기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중기적으로 더 불안정해지고, 장기적으로는 예측이 불가능한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두려움 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1979년 체결된 이집트와의 평화조약이 파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이스라엘은 이 조약에 따라 이집트 접경지역을 비무장화하는 대신 군사력을 팔레스타인 등 다른 지역에 집중할 수 있었다. 반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선 수만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공중에 축포를 쏘고 사탕을 나눠주며 환호했다. 팔레스타인의 한 시민은 “이집트 당국으로 인한 고통의 시대가 끝났다”고 말했다.
박현 길윤형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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