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의 한 국립 초등학교 교실. 책상도, 의자도 없이 흙바닥 교실에 주저앉아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무릎에 공책을 올려놓고 연필로 글씨를 쓰고 있다(위). 남수단에서 내전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급식을 먹고 있다(아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남수단사무소 제공
현장기고 l 국제구호 활동가가 본 ‘분리독립 1돌 남수단’의 오늘
고 이태석 신부의 숭고한 헌신을 담은 다큐멘터리인 <울지마 톤즈>로 잘 알려진 남수단이 지난 9일 독립 1년을 맞았다. 그러나 남수단은 기근과 종족분쟁 등으로 여전히 고통 받고 있어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
아프리카계 기독교도가 다수인 남수단은 지난 35년간 아랍계 이슬람이 지배하는 북수단으로부터 탄압받아 250만명 이상이 숨졌고(다르푸르 학살), 500만명 이상이 이웃나라를 떠도는 난민이 되었다. 150년 이상 영국-이집트-북수단의 지배를 받아오던 남수단은 지난해 소원이던 독립을 얻어냈지만, 여전히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독립뒤 세계 최빈국 나락으로
20만 난민 식량난·질병에 고통
종족간 분쟁으로 학살도 빈번
국제사회 관심과 도움이 절실 이곳은 풍부한 나일강의 수자원과 비옥하고 광대한 토지, 아프리카에서 7번째로 석유 매장량이 많은 곳이다. 하지만 오랜 내전으로 국가의 모든 기반시설이 파괴돼 국민의 90% 이상이 하루 1달러에도 못 미치는 수입으로 살아가는, 독립과 동시에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가 되었다. 수도인 주바에도 전기·수도 시설이 없어 관공서, 식당, 호텔 등은 자체 발전기를 가동해 전기를 이용한다. 나일강 물을 양수기로 끌어올려 아무 정수처리 없이 생활용수로 사용한다. 바다와 연결되지 않은 남수단은 가끔 인근 나라와 통상마찰을 겪으면, 한 달 이상 유류와 농산물 등 모든 물자의 통관이 막혀 발전기와 차량 운행이 전면중단 되는 일도 왕왕 일어난다. 전체 도로에서 포장도로는 1%도 안 돼 우기에는 온 나라의 교통이 마비된다. 아이들은 나무그늘 아래에서 공부하고, 국립학교도 진흙으로 지어진 건물에 책·걸상도 없다. 이처럼 열악한 사정을 알면서도 인근 나라로 떠났던 남수단 사람들은 독립된 조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북수단과의 국경이 봉쇄돼 북수단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20만명의 남수단 사람들이 국경 인근에 난민촌을 형성하고 있다. 밀집된 난민촌에는 식량도 부족하고, 말라리아 등 각종 질병도 창궐하고 있다. 타국을 떠돌다 돌아온 남수단 이주민들도 생활터전도, 직업도 없어 도시 인근이 급격히 슬럼화 되어가고 있다. 종족분쟁은 더 큰 숙제다. 우물을 차지하기 위해, 목초지를 확보하기 위한 종족간 다툼이 소총과 각종 무기로 중무장한 상태로 진행돼 대량학살이 수시로 자행된다. 부족전쟁으로 한 해 수천명의 전쟁고아들이 발생하고, 이들은 아무 도움 없이 방치되다 어느 순간 전쟁의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뀌고 있다. 남수단이 일어서려면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다. 일본은 남수단 독립 뒤, 발 빠르게 대사관을 설치하고 올 초 대규모 자위대를 평화유지군으로 파병하는 한편 국가원조기구인 자이카를 통해 구호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요청으로 ‘5월 이전 평화유지군 파병’을 약속했지만,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다. 2년 반 전 각종 미디어를 통해 대지진을 겪은 아이티를 돕는 손길이 한국에서도 뜨거웠다. 이제 그 관심을, 남수단에도 가질 때다. 권기정/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남수단사무소장
20만 난민 식량난·질병에 고통
종족간 분쟁으로 학살도 빈번
국제사회 관심과 도움이 절실 이곳은 풍부한 나일강의 수자원과 비옥하고 광대한 토지, 아프리카에서 7번째로 석유 매장량이 많은 곳이다. 하지만 오랜 내전으로 국가의 모든 기반시설이 파괴돼 국민의 90% 이상이 하루 1달러에도 못 미치는 수입으로 살아가는, 독립과 동시에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가 되었다. 수도인 주바에도 전기·수도 시설이 없어 관공서, 식당, 호텔 등은 자체 발전기를 가동해 전기를 이용한다. 나일강 물을 양수기로 끌어올려 아무 정수처리 없이 생활용수로 사용한다. 바다와 연결되지 않은 남수단은 가끔 인근 나라와 통상마찰을 겪으면, 한 달 이상 유류와 농산물 등 모든 물자의 통관이 막혀 발전기와 차량 운행이 전면중단 되는 일도 왕왕 일어난다. 전체 도로에서 포장도로는 1%도 안 돼 우기에는 온 나라의 교통이 마비된다. 아이들은 나무그늘 아래에서 공부하고, 국립학교도 진흙으로 지어진 건물에 책·걸상도 없다. 이처럼 열악한 사정을 알면서도 인근 나라로 떠났던 남수단 사람들은 독립된 조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북수단과의 국경이 봉쇄돼 북수단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20만명의 남수단 사람들이 국경 인근에 난민촌을 형성하고 있다. 밀집된 난민촌에는 식량도 부족하고, 말라리아 등 각종 질병도 창궐하고 있다. 타국을 떠돌다 돌아온 남수단 이주민들도 생활터전도, 직업도 없어 도시 인근이 급격히 슬럼화 되어가고 있다. 종족분쟁은 더 큰 숙제다. 우물을 차지하기 위해, 목초지를 확보하기 위한 종족간 다툼이 소총과 각종 무기로 중무장한 상태로 진행돼 대량학살이 수시로 자행된다. 부족전쟁으로 한 해 수천명의 전쟁고아들이 발생하고, 이들은 아무 도움 없이 방치되다 어느 순간 전쟁의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뀌고 있다. 남수단이 일어서려면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다. 일본은 남수단 독립 뒤, 발 빠르게 대사관을 설치하고 올 초 대규모 자위대를 평화유지군으로 파병하는 한편 국가원조기구인 자이카를 통해 구호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요청으로 ‘5월 이전 평화유지군 파병’을 약속했지만,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다. 2년 반 전 각종 미디어를 통해 대지진을 겪은 아이티를 돕는 손길이 한국에서도 뜨거웠다. 이제 그 관심을, 남수단에도 가질 때다. 권기정/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남수단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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