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마친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이 31일 퇴임식에서 지지자들로부터 꽃을 받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
중동발 핵위기인가 협상용 압박인가
이란 “EU제안서 시한넘겨”-EU “협정위반” 경고
안보리 회부 가능…“러시아·중국 기댄 협상수단” 분석도
이란이 1일부터 핵 활동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이란과 미국, 영국 등 서방국가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은 지난 31일 유럽연합이 이란의 핵 활동 동결과 관련한 제안서를 당일 오후 5시(현지시각)까지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1일부터 이스파한 원자로의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란 최고 국가안보회의에 참석했던 한 소식통은 “이란이 1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우라늄 변환활동의 재개를 통고하는 서한을 보낸 뒤 곧바로 이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라늄 변환이란 농축의 전단계로, 우라늄을 6불화우라늄 가스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유럽연합 의장국인 영국은 우라늄 변환 재개는 “불필요하고 해롭다”며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연합 3개국과 이란이 맺은 협정에 위반된다고 짤막한 성명으로 경고했다. 영국은 이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상정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유럽연합 3국은 그런 제출 날짜를 못박은 적이 없고 7월 말이나 8월 초에 제출하겠다고만 약속했으며, 새 대통령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취임일인 6일 이후로 미루길 원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애초 위협대로 핵 활동을 재개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돼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워싱턴의 유럽 외교관들은 이란이 핵 연료 순환주기를 다시 시작하면 즉시 유엔에 상정하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미드 레자 아세피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 사례가 유엔 안보리에 회부될 어떤 법적 근거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런 강경 발언 뒤에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이란에서 원전을 건설 중이고, 중국은 이란서 막대한 양의 석유를 사오고 있어 쉽사리 제재에 동의할 수 없으리나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다. 지난 4월 비슷한 상황에서 이란이 막판에 입장을 바꾼 적이 있다. 이란의 강경 대응은 유럽연합과의 핵 협상이 지지부진할 뿐 아니라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실망감에서 나왔거나, 협상을 앞두고 유럽에 압력을 넣기 위한 수단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세피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유럽의 제안들이 예쁜 포장에 싸여 있지만, 공허하다는 보고들을 접해왔다”며 협상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지난주 초 퇴임을 앞둔 모하메드 하타미 대통령은 유럽연합이 농축 재개를 허용해줄 것을 희망한다며 그러나 이란은 어떤 경우든 재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 등은 이란이 겉으로는 평화적 핵 이용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핵무기를 만들려는 야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석유와 가스가 풍부한 이란이 플루토늄을 제공하는 중수로를 택하고 있는 데다 지난 20여년 동안 핵 프로그램을 숨겨왔기 때문이다. 앞서 이란은 지난해 11월 유럽과 협상하는 동안 원자력발전소용 핵 연료를 생산하는 과정이자 핵무기의 원료가 될 수 있는 우라늄 변환과 농축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유럽 3국과 이란,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 대외정책담당 집행위원은 5월 제네바 회의에서 이란 지원안을 제시하기로 합의했다. 김학준 기자, 외신종합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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