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병대 리비아 도착
“알 카에다” 소행 정보도
“알 카에다” 소행 정보도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 크리스토퍼 스티븐스(52) 등이 사망한 이후 미국이 급파한 해병대 50명이 리비아에 도착했다. 13일(현지시각) 도착한 최정예 대테러 해병대원들은 곧바로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미국대사관 방어임무에 배치됐다. 미군은 구축함 2척도 리비아 인근으로 급파했는데, ‘라분’은 이미 리비아 인근 해상에 배치됐으며 ‘맥폴’은 며칠 내로 도착할 예정이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은 스티븐스 대사가 사망한 벵가지 영사관 직원들은 다른 지역으로 대피했다고 전했다.
11일 밤 대사 피살 당시의 상황은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스티븐스 대사는 이날 트리폴리의 대사관을 떠나 미국문화센터 건립 축하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벵가지에 왔다가 변을 당했다. 그의 소재는 공격이 시작된 직후인 밤 10시께부터 파악되지 않았고, 결국 이튿날 새벽 시내 한 병원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는 영사관 안에서 연기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당국은 이날 공격이 알카에다 등 테러단체에 의해 사전에 모의됐다는 데 무게를 두고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 등은 전했다. 이날은 9·11 사태의 11주년이었고, 시위는 대사관이 있는 트리폴리가 아니라 스티븐스 대사가 있는 벵가지에서 일어났다. 한 목격자는 원래 벵가지 영사관 앞에서는 이스라엘계 미국인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무슬림의 무지> 동영상에 대한 항의시위가 비교적 평화롭게 열리고 있었으나 저녁 늦게 완전무장한 50여명의 무장세력이 여러대의 차에 나눠타고 도착해 공격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국 하원 정보위원장 마이크 로저스 의원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이는 공모에 의한 것”이라며 “명확한 목표물을 겨냥해 치밀하게 계획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한 미국 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이번 공격이 과격 이슬람주의 단체인 안사르 샤리아나 알카에다 마그레브지부가 한 짓이라는 정보가 있다고 전했다. 미 당국은 아시아를 포함한 이슬람 지역 전체에 대해 공관 경비를 대폭 강화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리비아 정부도 이 사건에 대한 공식 수사를 시작하고 일부 용의자를 검거했다. 다만 잡힌 용의자들이 단순 시위가담자인지 실제 총격을 벌인 자들인지는 확실치 않다. 리비아 내무부 쪽은 “사건 당시 영사관 근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 보통 시민들, 여성들까지 뒤엉켜 있었다”며 “수사가 매우 복잡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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