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권 반서방 감정 불 지를 수도
16일 아프가니스탄 동쪽 라그만주의 깊은 숲속. 동트기 전 아직 어둑어둑한 새벽인데도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땔감과 나무열매를 주우러 온 산골마을 사람들로 대부분 여성과 아이들이었다. 갑자기 비행기 굉음이 이른 아침의 고요를 찢었고, 곧 폭탄이 쏟아졌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전투기 오폭으로 아프간 여성 8명이 숨졌다고 16일 보도했다. 7명의 부상자 중엔 10살짜리 소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 모욕 동영상 때문에 가뜩이나 이슬람권 국가들의 민심이 사나운 상황에서, 이번 민간인 오폭사건이 이 지역의 반서방 감정에 더욱 불을 지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나토군은 이날 라그만 노아를람 사이브 계곡에서 탈레반 40여명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공습에 나서 이들을 대부분 진압하는 데 성공했다. 산세가 험준하고 숲이 우거진 이 계곡은 탈레반이 은신처로 삼기에 적합하지만, 현지 가난한 주민들에겐 땔감과 먹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나토군은 처음엔 민간인 희생자는 없다고 밝혔으나, 이후 오폭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상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위로를 표했다. <에이피>(AP) 통신은 마을 사람들이 참변을 당한 이웃들의 주검을 주지사 사무실로 옮겨왔으며, 이들은 “미국에 죽음을!”이라고 외치며 분노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나토군의 민간인 오폭에 대해 거세게 비난했으며 현지 조사를 위해 관리들을 급파했다.
이날은 나토군에게도 최악의 날이었다. 아프간에서 가장 큰 나토 기지인 자불의 캠프 배스천에서 아프간 경찰들과의 교전으로 4명의 나토군이 숨졌다. 이 기지는 영국 왕실에서 서열 3위인 해리 왕자가 배치된 곳으로, 탈레반들은 그동안 해리 왕자를 공격의 표적으로 삼겠다고 밝혀왔다. 같은 기지에서 함께 근무하던 아프간인들로부터 ‘내부자 공격’을 받아 숨진 연합군 숫자는 올해 51명에 이른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문재인, 베트남전 참전 군인 묘에 단독참배한 까닭은
■ 박근혜 ‘인혁당 이어 또 초대형 악재’…이번엔 홍사덕 금품수수 의혹
■ 새가 사라지면 거미가 지배하는 세상 온다, 괌의 교훈
■ 안철수 국민보고는 ‘잡스식 PT’로 진행
■ “CIA가 박정희에 방탄 리무진을 제공했다”
■ “아버지의 성폭행에도 전 더럽혀지지 않았어요”
■ [화보]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 문재인, 베트남전 참전 군인 묘에 단독참배한 까닭은
■ 박근혜 ‘인혁당 이어 또 초대형 악재’…이번엔 홍사덕 금품수수 의혹
■ 새가 사라지면 거미가 지배하는 세상 온다, 괌의 교훈
■ 안철수 국민보고는 ‘잡스식 PT’로 진행
■ “CIA가 박정희에 방탄 리무진을 제공했다”
■ “아버지의 성폭행에도 전 더럽혀지지 않았어요”
■ [화보]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