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에 240t 이상 수입·유통한 듯
전문가들 “인플레 상황 심각할 것”
전문가들 “인플레 상황 심각할 것”
시리아가 유럽의 경제제재로 오스트리아에서 화폐를 제작해 들여오던 것이 불가능해지자, 화폐를 러시아에서 찍어 조달한 사실이 확인됐다.
미국의 탐사보도 매체인 <프로퍼블리카>는 26일 시리아 공군 소속 일류신-76 수송기가 모스크바 브누코보 공항과 시리아 다마스쿠스를 지난 6~9월 8차례 왕복한 운항일지를 입수해 공개했다. 아라비아어와 영어로 쓰인 이 일지엔 매번 운항 때마다 시리아 파운드화가 30t씩 운반된 걸로 나와 있다. 적어도 240t에 이르는 지폐 다발이 러시아에서 시리아로 건너간 셈이다.
시리아가 러시아에서 화폐를 찍는다는 것은 지난해 6월 <로이터> 통신의 보도로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시리아 정부는 줄곧 손상되거나 찢겨진 화폐 물량만큼을 보충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프로퍼블리카> 보도대로라면, 재정난에 허덕이는 시리아 정부가 필요한 대로 돈을 더 찍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영국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중동 전문가 데이비드 버터는 영국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아 정부는 군인과 관료들에게 월급을 주려면 반드시 화폐가 필요할 텐데, 이런 식으로 돈을 만들어내고 있다면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인디펜던트>는 최근 시리아의 외환 보유고가 바닥이 났다는 소문이 돌면서 시리아 화폐를 달러나 금으로 바꾸려는 시민들이 은행에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으며, 물가도 38%나 올랐다고 전했다. 2011년 3월 내전 발발 이래로 시리아 파운드화 가치는 44%나 떨어졌다. 러시아는 줄곧 시리아 정부군, 반군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시리아 제재 결의안에도 반대표를 던졌으며 시리아 정부와의 무기 계약건도 수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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