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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핵활동 이란 ‘당당’…미국·유럽 ‘당황’

등록 2005-08-10 18:45수정 2005-08-10 23:57

이란의 핵활동 재개한 지 하룻만인 9일 국제원자력기구 긴급이사회가 소집된 빈의 인터내셔널센터 회의장에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이 회의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빈/AP연합
이란의 핵활동 재개한 지 하룻만인 9일 국제원자력기구 긴급이사회가 소집된 빈의 인터내셔널센터 회의장에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이 회의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빈/AP연합
“NPT 위반 않고 평화 이용” 준법투쟁에 IAEA 이사회 제재방법 못찾아 난상토론 미국 비확산체제 이중잣대 적용도 걸림돌
이란의 핵활동 재개 문제가 핵비확산 체제의 근간인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허점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9~10일 이란의 이스파한의 우라늄 전환시설 재가동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지만, 이란에 대해 자발적으로 핵활동을 중단하고 협상에 복귀하라는 수준의 합의안 마련에도 버거워하고 있다. 북한과는 달리 핵확산금지조약을 위반하지 않고 조약에 보장된 ‘핵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찾겠다는 이란의 ‘준법투쟁’에 대해선 사실상 속수무책인 셈이다.

엇갈린 원자력기구 이사회=지난 2년 동안 이란과 핵협상에 나선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연합 세 나라는 이란이 지난해 11월 잠정 동결에 합의한 핵활동을 재개한다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그러나 이란이 막상 핵활동을 재개한 상황에서도 유럽 3국은 이런 위협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의심은 가지만 조약을 위반하지는 않은 이란을 제재할 방법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미국을 포함해 말레이시아, 인도 등 다양한 이해관계의 35개 이사국이 참가한 원자력기구의 9일 긴급이사회에서도 안보리 회부 방안은 언급도 되지 않은 채 난상 토론만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말레이시아 등 비핵국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 개발은 모든 회원국의 기본 권리이자 양도할 수 없는 권리”라고 주장하면서 이란 편을 들었다. 원자력기구는 10일 유럽연합 쪽 세 나라가 이사국들을 설득하는 시간을 주기 위해 긴급이사회 자체를 하루 연기했다. 그러나 검토되고 있는 초안도 이란에 대한 비난이나 제재와는 거리가 멀다. 핵활동 중지와 협상 재개에 대한 이란의 자발성을 촉구하는 한편, 이달 말까지 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의 관련보고서 제출을 요구하는 ‘미약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호한 이란=일부 ‘당근’을 제시하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권리 포기를 요구한 유럽연합의 협상안을 ‘모욕’이라고 일축한 이란은 오히려 느긋한 태도다. 시루스 나세리 이란 대사는 긴급이사회에서 “핵활동을 중지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10일 이란은 준법의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원자력기구의 허가와 감시를 받으며 원자력기구가 설치했던 이스파한 핵시설의 봉인을 제거해 핵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 3일 취임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9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통화에서 “새 내각이 구성된 이후 발표할 새로운 제안들을 갖고 있다”며 대화를 계속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그는 이스파한의 우라늄 전환시설 재가동에 대해 “모든 관련법과 규정에 의거한 우리의 분명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핵 주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한계 드러낸 비확산 체제=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란 대통령의 대화 용의에 대해 일단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하면서도 “이란이 협력하지 않는다면 ‘유엔 안보리의 제재’가 잠재적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은 법리 검토와 정세 판단을 통해 안보리 제재 결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 실제로 국제원자력기구에 핵활동을 신고하고 사찰을 받으면 재처리와 농축 등의 평화적 핵활동에 대해 제동을 걸 수 없게 돼 있다. 핵공급국그룹(NSG) 등을 통한 원자력 수출통제도 이란처럼 자체 기술로 추진할 경우 여의치 않다.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받아가며 핵에너지를 이용할 권리를 적법하게 행사하겠다는 이란을 제동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고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인도와 핵협력 협정을 맺는 등 스스로 비확산 체제를 자의적으로 적용해 온 미국은 준법으로 맞서는 이란 핵문제로 인해 비확산 체제의 한계에 맞닥뜨리고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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