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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북아프리카 이슬람 무장세력 확산…‘판도라 상자’ 열렸다

등록 2013-01-20 21:30수정 2013-01-21 08:37

알제리 당국 “인질 23명 사망”
AFP “일본인 인질 9명 살해됐다”
주검 25구 발견…사망자 늘 수도
리비아 내전·프랑스 식민주의가 배경
“빈라덴의 친구들이 땅과 바다에서 몸값을 징수할 것이다. 우리는 15세기 지중해에서 몸값을 징수하던 해적 출신의 오스만튀르크의 제독 ‘레드비어드’(붉은수염) 시절로 되돌아갈 것이다.”

‘아랍의 봄’이 리비아에서 독재정권을 타도하려는 내전으로 발전했던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지도자는 자신이 무너지면 혼란과 이슬람 성전이 북아프리카를 휩쓸 것이라고 경고했다. 19일 사건 발생 나흘 만에 막을 내린 알제리 인질사건은 그 경고를 떠올리게 한다.

알제리 특수부대는 동남부 인아메나스 천연가스 공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인질로 잡고 있던 이슬람주의 무장세력 인질범 11명을 사살하고 이 인질사건을 종료했다고 알제리 국영 뉴스통신 <에스피에이>(SPA)가 19일 보도했다. 마지막 작전 과정에서 인질범들이 7명의 인질을 추가 살해한 것으로 전해진다. 알제리 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나흘간 이어진 이번 사태에서 인질 23명과 인질범 32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기존 통계에 포함된 것인지 여부가 불명확한 주검 25구가 발견돼, 사망자 숫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프랑스 <아에프페>(AFP) 통신은 브라힘이라는 탈출한 알제리인 인질의 말을 인용해 “인질범들이 알제리군과 대치중에 일본인 인질 9명을 모두 처형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인 10명이 실종됐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영국 정부도 이번 사태로 영국인 6명이 사망했다고 밝히는 등 지금까지 알려진 인질 사망자 대부분이 외국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은 벵가지 미국 영사관 공격사건, 프랑스의 군사개입까지 부른 말리 내전과 서로 연관성을 보이며, 북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이슬람주의 무장세력 확산을 극적으로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직접적으론 1990년대 알제리 내전이 그 토양을 갈고, 리비아 내전이 뇌관 역할을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1992년 이슬람구국전선(IFS)이 압승했던 총선을 알제리 군사정부가 취소하면서 발발했던 알제리 내전에서 무장이슬람그룹(GIA) 등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은 군부의 무력에 패퇴하면서 사막 지역이던 알제리 남부 지역으로 밀려났다. 2000년 들어 알제리 군부는 투항하지 않던 이슬람 무장세력들을 접경한 말리 북부 지역으로 축출해버렸다.

말리로 들어간 알제리 이슬람주의 세력들은 1960년대부터 분리독립투쟁을 벌이던 투아레그족과 결합하며,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이들은 말리-알제리 국경 등 이 지역들의 허술한 국경을 종횡무진하면서 밀수 등 각종 범죄와 이권사업을 벌이며, 세력을 더욱 확장했다. 2007년 알카에다의 북아프리카 지부인 ‘이슬람 마그레브 알카에다’의 결성은 이 지역 이슬람주의 세력을 알카에다화하는 동시에 국제적 연계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

투아레그족들은 카다피의 용병 세력으로도 활약했다. 카다피의 몰락은 이들 투아레그 용병들을 말리 본국으로 귀환시켰고, 이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알제리 정부는 그동안 말리에 대한 군사개입은 결국 이슬람 무장세력의 파고를 자국과 그 주변 지역으로 확장시킬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중재를 펼쳐왔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의 중동분석가인 장피에르 필리우는 “사하라 지역의 성전 뒤에 있는 추동력은 아부 제이드와 벨모크타르 사이의 경쟁”이라고 지적한다. 이번 알제리 인질참사를 주도한 모크타르 벨모크타르와 알카에다 지도자 압델하미드 아부 제이드는 권력투쟁을 벌이다, 지난해 벨모크타르가 알카에다에서 축출되며 당국에 발목을 잡힌 것으로 추정됐다. 벨모크타르는 이번 참사를 주도함으로써 자신의 건재함과 함께 복수를 과시한 것이라고 필리우는 분석했다.

프랑스의 시대착오적인 식민주의 잔재도 배경 중 하나로 지적된다. 1960년대 프랑스는 베트남전에서 패배하고도 알제리 독립을 막다가 전쟁까지 벌인 끝에 결국 물러났다. 현재의 군사정부와 이슬람 세력들은 100만여명이 숨지는 20세기의 가장 잔인한 내전 속에서 단련되며 형성된 세력이다. 프랑스는 미국이 반대하던 리비아의 군사개입도 주도했고, 이번 알제리 인질 참사의 명분이 된 말리 내전에도 단독 개입했다. 과거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프랑스의 이런 군사개입은 프랑스 쇼비니즘의 표현이라는 비판도 크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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