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의 그린존에서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과 수니파 지도자 아드난 알둘라이미가 13일 헌법 초안에 대해 토론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웃음을 짓고 있다. 바그다드/AFP 연합
석유자원 놓고 ‘연방제’ 갈등. 미 대사, 문구 하나까지 개입
이라크의 미래를 결정지을 새 헌법 초안이 종파·민족간 이견으로 인한 진통을 겪고 있다. 미국 정부는 15일 마감시한을 앞두고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이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은 “많은 문제가 이미 해결됐으며 14일까지 초안이 준비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그러나 각 종파 지도자들이 막판 협상을 계속하고 있지만 14일까지 초안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합의를 가로막고 있는 최대 쟁점은 중남부 시아파 지역에 새로 자치권을 부여하는 연방제 도입과 이슬람을 헌법의 주요한 기초로 인정할지 여부 등이다. 북부에서 자치권을 누려온 쿠르드족이 연방제 명문화를 요구해온 데 이어 최근 시아파도 자치권을 요구하면서 수니파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시아파 최대 정당 이라크이슬람혁명최고평의회 의장 압둘 아지즈 하킴은 지난 11일 연설에서 “정치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새 헌법은 연방제를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헌법위원회의 수니파 대표인 가말 함둔은 <에이피통신>에 “연방제는 국가의 분열을 뜻하는 것”이라며 “연방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연방제 힘겨루기 뒤에는 막대한 원유 수입을 둘러싼 갈등이 있다. 이라크 원유의 40%가 북부 키르쿠크에 묻혀 있는 것을 비롯해 원유 자원 대부분이 남·북부에 집중돼 있어 수니파들은 연방제를 도입하면 수니파 지역인 중서부는 빈털털이로 남게 된다고 우려한다. 협상 막바지에 인구수를 기준으로 원유 수입을 전 지역에 고루 배분하기로 잠정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브라힘 울룸 석유장관은 “헌법안에는 천연자원이 모든 이라크인의 것”이라는 원론적 문구만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쿠르드족과 시아파들은 이슬람을 국가 공식종교로 인정하기로 합의했으나 이슬람을 헌법의 주요 근거로 삼을지는 확정하지 못했다. 이밖에 여성의원 25% 할당제, ‘이라크 연방 공화국’ 국호 등은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미국 언론 등은 최근 헌법안 협상 과정에서 잘마이 칼릴자드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가 각 종파 지도자들을 모아 쟁점에 대한 문구 하나하나까지 제시하며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초안이 예정대로 제출되지 못하면 국민투표 등 정치일정이 6개월~1년 미뤄질 상황에서 미국 국내 여론을 향해 이라크 점령이 제대로 진행된다는 신호를 보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 등 외부 압력으로 성급하게 합의하는 것은 앞으로 역풍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수니파 지도자들은 일방적인 헌법안에 대해서는 10월 국민투표에서 수니파들이 단합해 부결시키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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