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더
부시 “무력사용 검토” ↔ 슈뢰더 “배제해야”
지난 2002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전후해 ‘일전’을 벌였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이번에는 이란의 핵 문제로 설전을 벌였다.
부시 대통령은 13일 이스라엘 티브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핵 활동 재개와 관련해 무력 사용이 외교적 노력의 대안이냐는 질문에 대해 외교가 실패할 경우 “모든 선택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며 “무력 사용은 어떤 대통령에게도 마지막 선택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러분은 우리가 우리 나라를 지키기 위해 최근에도 무력을 사용해왔음을 알고 있다”며 “나는 국가를 지키고 사람들이 자유로운 사회에서 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지막 수단으로 그렇게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이란인들은 어떤 형태로든 핵무기로 이어질 수 있는 계획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자유세계의 요구에 응하기를 거부했다”며 유럽연합의 외교적 노력에 회의를 나타냈다.
반면,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던 슈뢰더 총리는 이날 고향인 하노버의 총선 유세에서 “이란에 대한 무력사용은 검토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자. 무력사용이 제기능을 하지 못한 것은 이미 봐 오지 않았느냐”고 부시 대통령을 공격했다.
그는 또 일간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어떠한 무력 대응도 지극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집권하는 한 독일 정부의 (무력 사용) 참여를 명백히 배제하는 것도 이런 이유”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비비시〉는 슈뢰더가 총선용으로 ‘이란 카드’를 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그의 말이 워싱턴을 분노케 하겠지만 독일에서는 이미 큰 환영을 받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슈뢰더 총리는 2002년 9월 총선 직전 지지율이 크게 떨어져 집권이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으나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면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김학준 기자, 외신종합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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