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주의 정당 강경파 반대로
튀니지의 하마디 제발리 총리가 중립 정부 구성안이 실패로 돌아간 데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제발리 총리가 몬세프 마르주키 대통령과의 면담을 마친 뒤 19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나의 구상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정부 수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했고, 나는 그렇게 했다”며 대통령에게 사임 의사를 밝혔음을 전했다. 그는 이번 결정에 대해 “국민들의 실망이 크다. 우리는 이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사임은 이를 위한 첫 발걸음”이라고 설명했다. 튀니지에선 6일 야당 지도자 초크리 벨라이드가 피살된 뒤 2010년 12월 ‘재스민 혁명’ 때와 같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제발리 총리는 이후 정국 수습을 위해 기술관료 중심의 중립 내각을 꾸려 조기 총선을 열겠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이슬람주의 정당인 엔나흐당의 라체드 간누치 당대표를 비롯한 강경파의 반발에 막혀 실현되지 않았다. 튀니지의 세속주의 세력은 벨라이드 죽음의 배후에 엔나흐당이 개입돼 있을 것이란 의심을 풀지 않고 있다.
<비비시>(BBC) 방송은 “간누치 대표가 30일 마르주키 대통령을 만나 정국 수습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마르주키 대통령이 이번 회동에서 간누치 대표에게 개각을 받아들일 것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제발리 총리는 2011년 재스민 혁명 이후 총리직에 올라 15개월 동안 재임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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