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무장 세력에 피습 뒤 오판
헬기서 소몰이 7~8살짜리에 사격
나토 사령관 “전적으로 우리 잘못”
민간인 피해 증가세에 우려 확산
헬기서 소몰이 7~8살짜리에 사격
나토 사령관 “전적으로 우리 잘못”
민간인 피해 증가세에 우려 확산
아프가니스탄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헬기가 아침에 소를 몰고 길을 나선 7, 8살 난 소년 2명을 사살했다. 잇따른 오인 사살 사건으로 아프간내 나토군에 대한 반발이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나토연합군 사령관 조셉 던포드 미군 해병대장은 2일 성명을 통해 남부 우르즈간주에서 2명의 소년을 오인 사격해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던포드 사령관은 “사망한 소년들의 가족에게 사과와 위로를 전하며 연합군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나토는 이 사건에 대해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은 지난달 28일 아침에 일어났다. 오스트레일리아군 소속 헬기가 병력을 실은 채 비행하다가 탈레반으로 추정되는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은 뒤 대응사격에 나서는 과정에서 참사가 발생했다. 나토군과 오스트레일리아군 관계자들은 2일 피해 소년이 살던 마을을 방문해 따로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체구가 작은 7~8살의 비무장 소년을 탈레반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에서 논란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르즈간주는 이미 나토군에서 아프간군으로 치안권이 넘어간 상태지만 탈레반이 종종 무장소요를 일으켜 치안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지역으로 분류된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오스트레일리아군 1500여명이 아프간군을 지원하고 훈련시키기 위해 주둔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1월 여성 5명, 어린이 4명을 포함해 민간인 10명이 나토군의 오인 폭격에 사망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해 상당한 파장을 낳고 있다. 아프간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당시 사건 뒤 나토군에 폭격을 요청하지 말라는 명령을 아프간군에 내렸다.
또한 지난달 24일엔 카르자이 대통령이 카불 인근 와르다크주에서 작전 중인 미군 특수부대가 민간인 실종과 고문에 연관됐다며 2주 안에 이 지역에서 미군이 철수할 것을 요청하는 등 나토군과 아프간 정부 사이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는 민간인 피살자가 발생할 때마다 탈레반이 이를 “나토군은 ‘점령군’이며 ‘살인자’”라고 선전해, 민심이 상당히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엔은 지난해 아프간의 민간인 피살자는 2754명으로 전년의 3131명보다 12% 줄었다고 발표했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피살자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나토군이 주축이 된 국제평화유지군은 2014년 말에 아프간군에게 치안을 넘기고 완전히 철수할 예정이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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