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란고원서 이스라엘과 휴전 감시
‘정부군 지원한다’ 의심 납치 추정
‘정부군 지원한다’ 의심 납치 추정
시리아 반군이 골란고원에 머물던 유엔(UN) 평화유지군 20여명을 납치했다. 시리아 내전에 이스라엘군이 개입할 명분이 될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에두아르도 델 부에이 유엔 부대변인은 6일 골란고원 일대에서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휴전을 감시하던 유엔 평화유지군이 일상적인 보급임무 중에 시리아 반군에게 납치됐다고 밝혔다. 필리핀 정부는 뒤이어 납치된 21명의 평화유지군이 모두 필리핀인이며, 석방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들이 평화유지군을 납치했다고 주장하는 반군 일파는 유엔이라고 적힌 차량 앞에서 찍은 동영상을 통해 시리아 정부군이 이 지역에서 철수해야 평화유지군을 풀어주겠다고 협박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들 반군이 최근 골란고원 일대에서 정부군과 교전을 벌여왔는데, 반군은 유엔군이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군의 주축세력인 자유시리아군은 유엔군의 납치를 비난하며 이들의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반군 내부가 워낙 복잡하게 얽힌 데다가 제대로 된 명령체계도 없어 사태가 금방 해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번에 납치된 평화유지군은 1974년부터 이스라엘과 시리아군의 휴전을 감시하기 위해 파견됐다. 골란고원은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시리아로부터 빼앗은 지역인데, 시리아는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내전에 참견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시리아 쪽에서 발사된 포탄이 이스라엘 점령지에 떨어지면 곧바로 보복사격을 가해왔다. 고원 내 혼란이 깊어질 경우 무력개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반군에 대한 서구의 지원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반군 일파가 유엔 평화유지군을 납치한 것이 새로운 혼란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이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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