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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독재자 사라진 자리에 종파·부족 갈등
작년에만 테러·폭력으로 4573명 숨져

등록 2013-03-19 20:57수정 2013-03-20 08:59

상처 아물지 않은 이라크
이라크 의회에서 일하는 라밥 말리키(45)는 지난 14일 일을 마치고 나오다 바로 눈앞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봤다. 그는 곧바로 미군이 만들어놓은 콘크리트 벙커로 뛰어들어갔다. 폭발은 3번이나 더 일어났고, 그는 벙커에서 몸을 떨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시아파인 그는 수니파 남성과 결혼을 했지만 두 종파 사이의 갈등은 그들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는 이제 살고자 하는 욕망마저 사라졌다고 <워싱턴 포스트>에 말했다. “이제 나는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아요. 희망이 없는데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어요.”

미군의 침공으로 이라크 전쟁이 발발한 지 10년. 2011년 12월18일 미군이 ‘임무 종료’를 선언하며 철수했지만 이라크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다. 사담 후세인이라는 독재자는 사라졌지만 종파와 부족 사이의 갈등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정정 불안과 치안 악화로 수도인 바그다드조차 폭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현재 이라크 정부를 이끄는 이는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총리다. 수니파의 수장 격이었던 타리끄 알하시미 부통령은 현재 터키에서 사실상 망명중이다. 미군 철수 직후 말리키 총리는 암살단 조직 혐의로 하시미 부통령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궐석 재판을 통해 다섯번이나 사형을 선고했다. 수니파들은 이에 반발해 지난해 6월 총리 불신임안 발의를 청원하기도 하는 등 종파 갈등으로 인한 정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수니파 주민들은 매주 금요일마다 반정부 시위를 벌인다.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 간의 대립도 이라크 정국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쿠르드 자치지역의 원유 통제권을 누가 가지느냐로 촉발된 대립은 쿠르드-터키 간 원유 파이프 가설 문제를 놓고 접경지역에 이라크 정부가 군대를 배치하는 상황까지 발전하고 있다.

시아파와 수니파의 대립에 따른 유혈 폭력도 계속되고 있다. 2006년 내전 수준으로 분쟁이 격화된 데 비하면 현재는 많이 안정화된 상황이지만, 미군 철수 이후 치안 공백을 틈타 다시 유혈사태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라크 사망자 통계를 집계하는 시민단체 ‘이라크 보디 카운트’는 2012년 각종 폭력 사태로 457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2011년보다 10% 넘게 증가한 수치다. 올해 들어서도 벌써 748명이 테러와 폭력으로 숨졌다.

하지만 전후 복구 사업이 본격화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경제붐이 일어나는 등 재건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세계 3위 매장량을 자랑하는 석유라는 든든한 돈줄이 뒷받침되는 덕분에 전력, 주택, 보건 등 각종 재건사업에 막대한 돈이 투입되고 있다. 다만 만연한 부정부패와 불안한 치안은 이라크 재건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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