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까지 128개국 5만여명 참석
혁명 돌아보며 여성인권 등 강조
혁명 돌아보며 여성인권 등 강조
“독재는 가라, 자본주의도 가라!” “온세상 여성들의 연대!”
2년 전 혁명의 피로 물들었던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가 이번엔 세계 곳곳에서 온 활동가들의 우렁찬 외침으로 가득 찼다. 26일 오후 튀니스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WSF) 참석자 수만명은 ‘재스민혁명’의 주무대인 하비브 부르기바 거리를 3시간 가량 행진하며 다양한 언어로 ‘구호 메들리’를 이어갔다.
세계사회포럼은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맞서 2001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에서 처음 열렸다. 생태·지속가능한 개발·경제정의·평화·민주주의·인권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세계 운동가들이 모여 연대를 모색하는 자리다. ‘존엄’이란 주제로 26~30일 닷새 동안 진행되는 이번 포럼엔 128개 국가에서 5만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포럼은 장소가 지닌 의미가 각별하다. 아랍권 국가에서 처음 개최된 사실, 2011년 ‘아랍의 봄’의 진원지인 튀니지가 선택된 점이 그러하다. 2년 전 부패한 경찰의 무자비한 노점상 단속에 분노한 청년, 무함마드 부아지지가 분신한 것으로 촉발된 튀니지 혁명은 2011년 1월14일 벤 알리 대통령이 망명함으로써 일단락됐다. 하지만 최근 튀니지 야당 지도자가 암살당하는 등 민주주의는 여전히 불안하며, 살인적인 실업률과 물가상승률, 열악한 여성인권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번 포럼은 혁명의 의미와 희생자들의 숭고함을 기리는 한편,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되새기자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여성인권에 대한 강조다. 사전행사로 ‘여성의회’가 특별히 열렸고, 26일 저녁 개막식에선 여성 연사들만 무대에 올랐다. 포럼 주최 쪽은 “이 지역(아랍국가)에서 평등과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여성들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정치적 독재자는 물러났으나, 무슬림형제단 등 보수적인 이슬람주의가 강화돼 여성들의 권리가 오히려 후퇴했고, 불안한 치안 때문에 여성들을 상대로 한 폭력범죄도 증가했다.
<알자지라>는 이번 포럼의 의미를 무자비한 세계화와 자본주의의 심화에 맞서 ‘빵에 대한 정의’를 촉구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키프로스 사태에서 보듯 금융위기로 신음하는 유럽 시민들은,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협상 과정에서 긴축재정과 사회보조금 축소 등을 압박받는 튀니지·이집트 사람들과 고통을 함께 한다. 이밖에 이번 포럼에선 물 부족, 기후변화, 글로벌 기업의 횡포 등 여러 현안에 대한 토론도 열린다.
튀니지 노동자들도 포럼에 연대의 뜻을 전했다. 본래 포럼이 열리는 동안 파업을 벌일 예정이던 튀니지 공항 노동자들은 행사 진행에 차질을 빚지 않으려고 파업을 4월15~17일로 미뤘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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