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일부지역 선거참여 봉쇄
법으론 보장…종교·문화 벽 여전
법으론 보장…종교·문화 벽 여전
“대도시(라호르)에 사는 여동생들은 투표도 하고 정치집회 같은 데도 가요. 하지만 우리 남편은 분명히 이번에도 내가 투표하는 걸 허락하지 않을 거예요.”
파키스탄 펀자브 북서쪽 미안왈리의 시골마을에 살고 있는 ‘그녀’에게서도 5월11일 총선에 대한 기대감이 묻어났다. 정부 수립 이후 60여년 동안 쿠데타와 암살이 끊이지 않았던 파키스탄에서 이번 총선은 처음으로 투표를 통해 권력교체가 이뤄지는 역사적인 기회다. 이름을 알리지 말아 달라며 <유피아이>(UPI) 통신과의 인터뷰에 응한 ‘그녀’는 만약 남편이 투표하도록 해준다면 야당 후보이자 전 크리켓 선수였던 인기 정치인, 임란 칸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파키스탄의 모든 국민은 투표권을 보장받고 있으나 탈레반 영향력이 강한 북서쪽 국경지역이나 보수적인 농촌 지역에 살고 있는 많은 여성들은 ‘문화적인’ 이유로 투표가 불가능하다고 <유피아이>는 29일 전했다.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카이바르파크툰크와 지역의 한 부족을 이끌고 있는 쿠르시드 알람 바바는 “여자들은 취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누가 좋은 후보인지, 나쁜 후보인지 분간을 못한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선 2008년 총선 때도 여성들의 투표가 금지됐다. 그는 “괜히 여자들을 투표소에 보냈다가 탈레반 반군이 마을을 공격해올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일부 여성들은 투표하러 집 밖으로 나가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탈레반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1988년 이슬람권 국가 최초의 여성 총리(베나지르 부토)를 배출한 파키스탄이지만, 이 나라 여성들은 정치적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네트워크’는 2008년 총선의 경우 전국 6만4176개 투표소 가운데 564곳에서 여성에 대한 투표 방해가 있었다고 집계했다. 이 단체는 이번 5월 선거에서도 이런 상황이 되풀이될 것을 우려한다.
앞서 파키스탄 선거관리위원회는 여성들에 대한 투표 방해를 막기 위해 여성 투표율이 10% 미만으로 나타난 투표소는 전부 무효표로 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테러를 우려하는 정치권 반대에 가로막혀 무산됐다. 헌법 전문가이자 인권운동가인 사이이드 무함마드 자파르는 “1976년 제정된 국민대표법은 투표 방해의 분명한 증거를 확보하면 선관위가 해당 투표소의 투표를 무효화할 수 있는 권한을 이미 부여하고 있다. 정부의 의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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