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시리아엔 봄바람 대신 피바람이 몰아쳤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지난 3월 한달 동안 시리아 전역에서 6000여명이 숨져, 2011년 3월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이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죽은 달로 기록됐다고 1일 밝혔다. 이 단체가 추산한 시리아 내전 총 사망자 6만2554명의 10%가 지난 한 달 동안 숨진 셈이다. 정부 핵심 관료들이 폭탄공격으로 숨진 뒤 내전이 격화되던 2012년 8월 사망자 수(5400명)도 넘어섰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3월 사망자 중 민간인이 2080명이나 되고, 여기엔 어린이 298명, 여성 291명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반군과 정부군 사망자는 각각 1400명, 1464명으로 엇비슷하다. 나머지는 신원이 불분명하거나 탈영자 등이다. 이 단체는 수용소에 갇힌 수천명의 행방불명자, 납치자 등을 합치면 실제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몇달새 시리아 내전이 혼전으로 치달으며 정확한 사상자 집계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사망자를 6만여명으로 추산했지만 유엔은 3월 초까지 이미 7만명이 숨졌다고 보고 있다. 현장 구호단체 쪽에선 실제론 12만명 넘게 숨졌을 거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은 각각 자기 편에 유리한 정보를 내놓으려 하고, 그동안 시리아에서 활동하던 비정부기구(NGO)들의 대다수도 철수하고 있어 객관적 통계치를 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군, 반군 모두 희생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에이피>(AP) 통신은 1일 “다른 시리아 관련 단체들도 광범위한 지역에서 교착상태가 심화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사망자 수가 급증한 이유는, 이전엔 반군 세력이 알레포, 다마스쿠스, 홈스 등 시리아의 북동쪽 대도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었지만 지난 몇주 동안 다라 등 남쪽까지 내려와 거점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에이피>는 반군과 정부군 모두 각각 ‘후원자’들한테서 무기를 계속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양쪽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미국 등 서방에선 시리아 정부가 이란, 러시아로부터 군사적, 금전적 도움을 받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반군들은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이슬람 수니파 국가들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미국 정부 관리의 말을 따서 사우디아라비아가 크로아티아군의 무기를 구입해 반군에 전달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서방 국가들은 시리아 사태에 직접적 개입은 꺼리지만, 영국과 프랑스는 반군에 무기를 제공할 필요성을 제기하며 유럽연합 국가들의 시리아에 대한 무기수출 금지를 해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편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진 모르지만 결국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붕괴할 것이라고 국제사회가 전망한다며 시리아에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나라들이 ‘종전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1일 보도했다. 유엔은 아사드 정권 몰락 이후 평화유지군 투입을 검토하고 있고, 미국·유럽에선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이 보유하고 있는 화학무기 처리를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군은 최근 몇주 동안 화학무기에 대비한 훈련을 했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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