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한 듯”

오바마, 군사개입 갈림길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미국 백악관이 25일(현지시각)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시리아 군사개입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미국은 시리아 정권을 향해 화학무기 사용을 넘어서는 안 될 ‘금지선’으로 규정해왔다.

백악관은 이날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과 칼 레빈(민주·미시간) 상원의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미국 정보 당국은 시리아 정권이 시리아 내에서 소규모로 화학무기를 사용한 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겔 로드리게스 백악관 의회담당관은 시리아가 사용한 화학무기가 중추신경을 손상시키는 치명적인 신경가스인 사린이라고 지목했지만, “정보의 신뢰도는 제각각”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100% 확신할 수 있는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존 케리 국무장관도 이날 의회에서 화학무기 사용이 2차례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시리아 바샤르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공식적으로 ‘사실상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악관의 고위당국자는 기자들에게 “대응책으로는 모든 수단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최근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은 ‘게임 체인저’(판도를 뒤바꿀 만한 사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매케인 의원은 이날 “이제 시리아가 금지선을 넘었음이 거의 확실해졌다”며 ‘군사개입’을 촉구했다. 하지만 로드리게스 백악관 의회담당관은 “어떤 행동에 나서기에 앞서 미국 정부는 더욱 확실한 증거를 찾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시리아 정부는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26일 <에이피>(AP) 통신은 “정부군은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설사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리아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보도했다. 샤리프 셰하데 시리아 의원도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려고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했다고 주장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 지금 시리아에 대해서도 이런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박민희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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